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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이 인기 보고있나

등록 2018-01-24 21:01수정 2018-01-25 01:02

“고국서도 못 알아본다”던 정현
한국 테니스의 영웅으로 등극

동호회 게시판 등 축하글 폭주
국민적 관심·‘황금시대’ 기대감
관련 용품 매출도 함께 치솟아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런에게 이긴 뒤 휴대전화를 건네주며 셀카를 찍어 달라는 한 관중의 부탁을 받고 있다. 멜버른/로이터 연합뉴스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런에게 이긴 뒤 휴대전화를 건네주며 셀카를 찍어 달라는 한 관중의 부탁을 받고 있다. 멜버른/로이터 연합뉴스
골프는 박세리, 수영은 박태환, 피겨는 김연아에 이어 이제 테니스는 정현(22·한국체대)이다.

24일 호주오픈 8강전에서 ‘복병’ 테니스 샌드그런(27·미국)을 꺾고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오른 정현은 이제 ‘한국 테니스의 기대주’에서 새 역사를 써나갈 ‘테니스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정현은 지난 20일 호주오픈 3회전에서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꺾은 뒤에도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팬들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을 정도의 스타인가’라는 질문에 정현은 “그렇지 않다. 아직 테니스는 한국에서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그러나 16강전에서 전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에 완승을 거둔 데 이어 이날 4강 진출 신화까지 쓰면서 대한민국엔 ‘정현 열풍’이 불고 있다. 회사원 김아무개(40)씨는 “어릴 때 밤새워 외국 선수들의 윔블던 게임을 봤는데 한국 선수가 4강에 오르다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테니스 애호가인 아버지도 살짝 눈물을 보이셨다”고 말했다. 테니스 동호회 게시판에는 ‘우리 아이, 정현처럼 키우기’, ‘하루 한 번 정현 실천법’, ‘정현의 기술’, ‘그래서 정현처럼 노력해봤니?’ 등등의 패러디 카피가 올라오며 정현의 4강 진출을 축하했다. 정현이 2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계적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동호회원인 나아무개(42)씨는 “어린 선수인 정현이 4대 메이저대회에서 쾌거를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더 크다”며 “그래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골프의 ‘박세리 키즈’, 피겨의 ‘김연아 키즈’처럼 ‘정현 키즈’들이 한국 테니스의 황금시대를 열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현의 메이저대회 4강 쾌거로 대중스포츠로서 테니스의 인기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는 최근 1주일(17~23일) 새 테니스화와 장갑 등 테니스 경기용품 매출도 85%나 뛰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G)마켓에서는 정현이 조코비치를 꺾은 뒤인 22~23일 이틀간 테니스화 매출은 무려 357%, 테니스 라켓 매출은 106%가 급등했다고 한다.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몰려와 경기를 하기가 어려운 ‘비수기’인데도 테니스용품 매출이 올라간 것은 ‘정현 효과’라고 봐야 한다는 게 쇼핑업계 쪽의 설명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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