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6월15일 전북 순창에서 열린 제43회 전국 주니어테니스대회에서 초등부 남자단·복식 우승을 차지했을 때 정현의 모습. 정현 가족 제공
2018 호주오픈을 통해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정현(22·한국체대). 본인이 흘린 땀방울과 노력의 결실이지만, 그를 한몸처럼 지원해온 가족, 코치, 스폰서, 테니스인 등 주변의 도움도 큰 몫을 했다.
정현은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국제 주니어 테니스대회인 에디 허 인터내셔널(12살부)과 오렌지볼(16살부) 남자단식 정상에 오른 뒤, 세계적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아이엠지(IMG)의 주니어 발굴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의 권위 있는 닉 볼레티에리 아카데미에서 레슨을 받았다. 이후 그는 삼성증권 테니스부 감독 출신인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의 주선으로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았다. 주 전 회장은 “소심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당당해지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변신한 정현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기술도 좋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중3 때부터 고2 때까지 연간 1억~2억원을 지원해온 삼성증권은 이후 월급과 투어 경비, 코치 및 트레이너 비용 등 연간 5억원을 후원해 성인이 된 정현이 아무 걱정 없이 각급 투어를 뛸 수 있도록 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2월 만료된다. 정현은 지난해 프랑스 브랜드인 라코스테와도 연 60만달러(약 6억4000만원)의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또다른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윤용일 전 코치도 정현의 오늘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박원식 대한테니스협회 홍보이사는 “윤 코치가 5년 동안 정현과 투어를 함께 다니고 동고동락하며 거의 정현을 만들었다”고 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복식에서 임용규와 짝을 이뤄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특례 혜택까지 받은 것도 현재의 투어 생활에 도움이 됐다.
초등학교 테니스 선수 시절 정현의 앳된 모습. 정현 가족 제공
테니스 집안에서 자란 것도 밑돌이 됐다. 아버지 정석진씨는 대한항공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정현의 모교인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다. 그는 기술적인 면은 간섭을 하지 않았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테니스인들은 말한다. 어머니 김영미(49)씨는 열성적 뒷바라지로 두 아들을 모두 테니스 선수로 키워냈다.
정현은 지난 22일 노박 조코비치를 누른 뒤 코트에서 큰절을 했다. 그는 “저를 도와주시는 스폰서, 매니저, 팀, 가족이 모두 모여 있는 곳으로 절했다. 언젠가는 멋진 코트에서 승리하면 그런 걸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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