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는 “나는 스케이팅의 완성을 추구하고 싶다. 시합을 치를 때마다 보완될 부분이 계속 발견되고 그 부분을 훈련으로 채워 나간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 스피드스케이팅 센터에서 이상화가 훈련 도중 김양수 트레이너(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승 기자
난 아직 미완성…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스케이트 타고 싶다
[한겨레가 만난 사람] 빙속 세계선수권 2연패 이상화
[한겨레가 만난 사람] 빙속 세계선수권 2연패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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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레이스 시작하면 다 잊혀져
자기와의 싸움인 거죠 -올림픽 금메달, 월드컵 종합우승, 스프린트 선수권대회 우승,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딸 수 있는 상은 다 땄네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아직 없어요.(편집자: 이상화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는 이유는 잠시 후 밝혀집니다.) 하지만 제가 트로피를 수집하려고 운동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상에 집착하게 되면 오히려 저 자신을 망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회에 나갈 때도 ‘우승해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실수 없는 완벽한 스케이팅을 하자’ 이런 고민을 더 많이 해요.” -왜 이렇게 잘하나요? “특별한 비결은 없는데…. 운동하는 건 몇년 동안 똑같았어요. 달라진 것도 없고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 것도 아니에요. 훈련에 있어서 나만의 비법이라거나 그런 건 전혀 없어요. 다만 훈련할 때든 시합에 나갈 때든 부담 갖지 않고 더 집중하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해요.” -어떤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죠? “그냥 평정심을 유지하는 거예요. ‘내가 꼭 저거를 해야만 해’ 이렇게 집착하기보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하는 거죠. 자신감 있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거예요.” -스타트라인에 서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아무 생각 안 들어요. 어떤 잡생각도 끼어들 틈이 없어요. 사실 출발선에 서 있을 때는 관중들이 내지르는 환호성도 전혀 들리지 않아요. 경기에만 집중을 하게 되고 모든 신경을 거기에 모으죠. 스피드스케이팅은 1000분의 1초로 싸우는 운동이에요. 집중력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경기를 망치죠.” 사람들은 이상화가 거둔 성적과 트로피에 열광하지만, 정작 본인은 무덤덤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한 뒤에도 입으로는 “기쁘다”고 말하지만 표정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 이상화는 “그냥 한 명의 선수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진부한 말의 책임을 견뎌내기 위해선 큰 시련을 이겨내야 했다. -이미 3년 전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어요. 하지만 정상에 오른 뒤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은 뭐죠? “주변에서는 ‘이미 이룬 것 많은데 왜 다시 도전하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처음부터 상에 대한 욕심이나 뭔가를 얻기 위해서 해온 게 아니에요. 원래 했던 대로 계속 열심히 할 뿐이죠. 저는 그저 한 명의 선수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자세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사실 밴쿠버올림픽 끝나고 그 1년이 정말 힘들었어요.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긴장이 말도 못했어요. 어렸을 때는 국제대회에 나가도 아무런 걱정이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니까 어떻게 하면 지금의 자리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을지 불안과 걱정이 앞섰던 거예요. 불면증에 시달리고, 시합을 나가기 전에도 굉장히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죠. 올림픽 끝나고 다음해에 아시안게임이 있었는데 그때도 나 자신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도 그거였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사실 그때 운동을 하면서 심리치료를 병행했어요. 불안 증세 때문에 상담을 계속 받았죠. 어느날 갑자기 좋아진 건 아니에요. 부담감, 집착, 이런 것들은 내려놓고 ‘늘 하던 대로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매일매일 마인드 컨트롤을 했죠. 그렇게 하루하루 단련이 된 것 같아요.”
이상화 선수
왜 그런 이야기 하는지 너무 싫어…
열심히 하는 선수로 남고 싶어 -케빈 오벌랜드 대표팀 코치가 ‘이상화는 두려움이 없다. 진정으로 레이싱을 즐긴다’고 했어요. “사실 여전히 두려워요. 약간의 두려움도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시합 전에는 너무 떨리고 걱정을 많이 하지만, 막상 레이스를 시작하면 그게 다 잊혀지고 어느새 스피드를 내면서 스케이팅을 하고 있어요. 그걸 케빈 선생님이 보고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걸 이겨내고 운동을 즐기려고 해요. 자기와의 싸움인 거죠.” 이상화는 ‘자기와의 싸움’이란 말을 자주 한다. 그에게 ‘자기와의 싸움’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저는 스케이팅의 완성을 추구하고 싶어요. 아무리 우승을 많이 해도 아직 저한테는 부족한 부분도 많고, 다듬어져야 할 부분도 많아요. 기록이 좋든 나쁘든 시합을 치를 때마다 저에게 보완될 부분이 계속 발견되고 그 부분을 훈련으로 채워나가죠.” -주변에서는 ‘완성형 스케이터’라고 말하는데, 어떤 부분을 더 다듬고 싶은 거죠? “누가 그래요? 저는 완성이라고 보지 않아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초반 스피드를 더 키워야 해요. 500m에서는 초반 스피드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 부분을 많이 연습했는데 마지막 월드컵 파이널에서 그게 잘 안됐어요. 2차 레이스에서도 우승을 했지만 첫 100m 기록은 저조했죠. 금메달은 목에 걸었지만 속으로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할 때 자세도 더 가다듬어야 해요.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내년 시즌에는 첫 스타트부터 마지막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스케이트를 타는 게 목표예요.”
이상화(24·서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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