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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화합의 노래’ 탁구인 “어게인 2004 아테네 올림픽”

등록 2008-07-22 18:23

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베이징 가서 꼭 금메달 따고 오이소~.” 아직도 귓가에 이 말이 생생하게 맴돕니다. 지난 14일 올림픽탁구대표팀이 전지훈련 중인 경남 김해체육관에 취재갔다가, 탁구인들간의 끈끈한 정을 몸으로 느끼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서울에서는 천영석 회장파와 반대파간의 이전투구로 탁구협회가 엉망진창이 돼 있는 상황이었는데, 지방에 가보니 탁구인들이 서로 보듬어주고 대표팀을 성원해주고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한 탁구인은 직장에서 하루 휴가를 내어 선수단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더군요. 김해 인근 양산시 탁구협회를 이끌고 있는 황명국 회장과 그쪽 탁구인들은 선수단을 특별 초청해 영덕대게 파티를 열어주며 베이징올림픽 선전을 당부했습니다.

10여년 남짓 탁구계 취재를 하면서 우리 탁구인들은 정말 재주가 많고 인정도 많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솔직히 세계 최강 중국 탁구를 괴롭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이 ‘이면타법의 귀재’ 왕하오를 4-2로 누르고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해 전관왕을 노리던 중국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은, 저변이 그들에 비해 턱도 없이 좁은(1천만 대 1800명) 우리 탁구인들이 뜨거운 열정과 피땀어린 노력으로 이뤄낸 쾌거 중의 쾌거입니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금메달 주역 이에리사-정현숙, 88 서울올림픽 남자단식 챔피언 유남규, 9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우승 현정화…. 많은 이름들이 중국을 딛고 세계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이번에도 유승민이 만리장성을 넘어 탁구 사상 첫 남자단식 2연패의 금자탑을 쌓을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과거 최원석 회장 시절 탁구협회를 쥐락펴락하던 사람들이 물러가자, 반대파로 탁구인 출신 천영석 회장이 협회를 이끌게 됐습니다. 경기인 출신이라 주목도 끌었습니다.

하지만 천 회장은 자신이 탁구계 최고참이고 ‘나보다 탁구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식의 독선으로 협회를 이끌다가 대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받았고, 결국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현재, 두 계파간 반반씩 집행부에 들어가기로 하고 물밑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회장파와 반대파의 타협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새로운 탁구계 수장으로 추대됐습니다. 그리고 그는 28일 정식 취임합니다. 그룹 회장이 다시 온다고 탁구인들의 기대도 높은 모양입니다. 유망주들을 키우는 한 지도자는 이러더군요.


“천 회장은 경기인 출신으로 선수 키우는 방법은 알았지만 자금력이 달려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 새 회장이 선수육성에 힘을 쏟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 탁구인들은 100% 화합해야 한다.” 새 회장 취임을 계기로 탁구계가 서로 단합해 새로운 중흥기를 맞기를 기대해봅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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