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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택, 지금이 쓴소리 할 때

등록 2008-07-08 20:38

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이회택(62). 그가 1970년대 초반 한국축구 간판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릴 시절. 필자의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감독이 A매치 중 그를 교체시키자, ‘몸이 막 풀리려 하는데 뺐다’며 벤치로 들어가 축구화를 내던진 일로 사람들 입길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화려한 드리블로 축구팬들을 열광시켰지만, 성깔도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그와 같은 시대 활약했던 한 축구인은 오래전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그 사람, 공격할 때 페널티지역 부근에 자기영역을 만들어 놓고 다른 선수들은 얼씬도 못하게 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했어.”

그러나 지도자로서 그는 월드컵에서 엄청난 곤욕도 치렀습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당시 사령탑을 맡아 본선에 나갔는데 조별리그서 3전 전패를 당한 것입니다. 당시 코치가 이세연·이차만이었고, 트레이너는 허정무 현 축구대표팀 감독이었습니다. 출전선수도 최인영 박경훈 구상범 최강희 정용환 홍명보 김주성 노수진 이태호 이영진 조민국 최순호 황선홍 등 대단했지요.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내가 1승을 올린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언론들이 그렇게 써놓고 3패를 당하자 난리였다.”

프로축구 사령탑으로는 1992년 포항제철 아톰스(현 포항 스틸러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신문사에서 명장 시리즈를 위해 인터뷰를 했는데, ‘내가 무슨 명장이냐’고 고개를 흔들던 기억도 납니다. 그 당시 코치가 허정무였으니 둘의 인연은 상당히 깊은 셈이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인인 그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불과 두달 남겨놓고 다시 기술위원장으로 돌아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그의 복귀는 국제축구연맹이 홈페이지를 통해 크게 다룰 정도로 국제뉴스거리도 됐더군요.

축구협회 쪽 말을 종합해보면, 그의 컴백은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정몽준 회장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은데, 누가 이 시점에 기술위원장을 맡으려 하겠는가? 축구계는 참 복잡하다. 선·후배간 갈등도 있고…. 외국인 감독이 하면 그렇지 않는데, 국내파 감독이 하면 소통의 문제가 생긴다.” 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입니다.

요약하면, 이영무 위원장 체제의 기술위원회와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허정무 감독에게 축구계 선배로서 허심탄회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이회택이라는 겁니다. 그가 어떤 쓴소리로 허정무호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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