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8월8일)이 이제 6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달 7일이면 박성화 감독의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소집돼 훈련에 들어갑니다. 만 23살 이하 선수들 잔치인데, 23살이 넘는 ‘와일드카드’ 3명이 끼는 바람에, 올림픽축구는 어찌보면 좀 기형적인 대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7살 이하(U-17)나 20살 이하(U-20) 월드컵처럼, 아예 그들만의 경연장으로 만들든지 할 것이지, ‘아우들 잔치’에 ‘형님들’ 몇명 끼워넣어 국가간 경기를 치르는 것은 하여간 이상합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당시 김호곤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은 유상철 정경호 등을 와일드카드로 데려갔고, 1승2무로 8강까지 진출했으나 파라과이에 2-3으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오는 22일 허정무호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이 끝나면, 다시 박지성의 와일드카드 선발 여부가 논란이 될 듯합니다.
1900년 처음 시작된 올림픽축구사에서 세계최강 브라질은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아르헨티나도 2004년에야 처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1950년대 이후 80년대까지는 주로 당시 헝가리 유고 동독 소련 등 동유럽 국가들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남미나 유럽의 축구강호들이 그동안 올림픽축구를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축구팀 소집을 위해 번번이 프로축구단들의 희생(선수차출)을 강요해왔고, 이젠 프리미어리그에서 잘 뛰고 있는 박지성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축구협회나 박성화 감독은 한국 간판스타 박지성을 합류시키면 8강, 더 나아가 4강까지 진출해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축구 1·2부 승강제도 없고, 프로축구단들의 모기업으로부터의 독립법인화 등도 이뤄지지 않은 한국축구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2008~2009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8월9일 개막합니다. 박지성이 다음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번 아시아 3차예선이 끝나고 맨유에 합류해 프리시즌에 대비해야 합니다. 올림픽축구에 ‘목숨’ 걸다가는 자칫 다음 시즌 주전자리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더이상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국가대표로 뛰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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