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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그들만의 리그’도 못되는 한국 미식축구

등록 2006-02-07 14:21

한국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슈퍼볼에서 날면서 국내 풋볼에도 눈길이 가고 있다.

한국에도 미식축구, 폿볼이 있기는 있다. 중동까지 통틀어 아시아에서 풋볼을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풋볼 관계자들은 국내 미식축구의 수준이 일본에 10년 정도 뒤처진다고 한다. 2003년 제2회 미식축구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은 단 10야드도 전진해보지 못한 채 88-0으로 졌다.

사회인리그 7팀과 대학리그 35팀을 합쳐 선수는 1천명 정도다. 대학팀들은 동아리이고 사회인리그는 대학 선수들이 졸업한 뒤 그저 취미생활로 뛰는 곳이다. 경기를 관전하는 팬? 물론 없다.

미식축구 한 관계자는 "올해 김치볼(국내 미식축구 결승)을 보러온 사람이 200명 정도 됐지만 모두 식구들이었다"며 "예선탈락한 팀들 선수만 다 와도 1천명은 될 텐데 어이가 없게도 믿었던 이들마저 배신했다"고 화를 벌컥 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러줘도 황송할 정도다.

고등학교까지 팀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동아리 활동으로 풋볼에 입문한다. 예전에는 대학팀들이 1주에 닷새씩 꼬박꼬박 운동을 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학업 때문에 훈련은 고작 사나흘로 단축됐다.

대학팀들은 학교에서 나오는 동아리 지원금과 선배(OB)들이 주는 용돈으로 장비구입 등 비용을 조달한다. 장비를 파는 곳은 서울, 부산, 대구에 1곳씩 세 군데가 있는데 요새는 인터넷을 통해 미국에서 사는 게 더 낫다고들 한다. 90년대까지는 미군에서 흘러나온 헬멧 등을 동대문에서 구입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중고물품에 대한 공급도 수요도 없다.

사회인리그에는 갓 졸업한 26∼7세 청년부터 46세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선수들이 뛴다. 출전수당이 한 푼도 없고 가족한테도 눈총도 받지만 일요일마다 맹훈련한다.

다쳐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사실 경기에서 심하게 다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운동 자체가 많이 다칠 것 같아 보이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는 스포츠상해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배우자에게서 이혼협박까지 당하면서도 계속 뛰는 `풋볼에 미친 사람'들이다.

남성남 해운랜드 바이킹스 감독은 "작년 11월에 집사람이 나를 불러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단둘이 주말을 보낸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며 "달력을 펴놓고 세어보니 2월부터 11월까지 딱 세 번 주말에 쉬었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온 외국인 선수들도 있다. 영어강사 2명과 초등학교 영어교사 1명으로 고교시절까지 풋볼선수로 뛰었던 사람들이다.

한국은 일본인 감독을 영입한 뒤 재능있는 재일교포들을 모아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간다. 한국 대표팀에서 한국선수들이 대거 배제되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높지만 대한미식축구협회는 꿈에도 1승이 더 소중한 모양이다.

협회는 재정확충과 지도자 자질개선을 한국 미식축구 발전을 위한 두 가지 급선무로 꼽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 돈이 있어야 경기도 그럴싸하게 하고 광고도 하고 팬들도 모을 수 있다"며 "지도자들도 귀동냥으로 배워 60∼70년대 구닥다리 작전을 답습할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한다. 운동의 질을 높이자는 얘기다"고 말했다.

협회는 NFL의 재정지원(1천500만원)을 받아 초.중.고교에 보급한 플래그풋볼(flag football)에 희망을 걸고 있다. 태클 등 과격한 신체접촉이 없이 풋볼을 즐기게 하기 위해 고안한 5-5 미니 풋볼이다. 하지만 플래그풋볼 선수들이 풋볼로 슬슬 유입될 때가 됐지만 대학선수들 가운데 그렇게 됐다는 이를 본 적은 없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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