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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상대 인정액 평균 1700만원
1억5천만원이면 역대 최고 수준

지난해 9월13일, <문화일보>는 신정아(사진) 전 동국대 교수의 알몸 사진과 함께 “성로비도 처벌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일대 논란을 불렀습니다. 신씨가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지만, 그 정도 사진과 기사를 내보내야 했는지 언론계에서도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신씨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10억원짜리 명예훼손 소송의 1심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법원은 <문화일보>가 신씨에게 1억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런데 애초 10억원을 청구했는데 1억5천만원이라면 상당히 줄어든 것이고, 1억5천만원이란 금액 역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이 인격살인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보상이 적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과연 1억5천만원은 적은 돈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배상액은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실제 명예훼손 배상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펴낸 <2005~2007 언론 소송 판결 분석>을 보면, 2007년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의 평균 인정(인용)액이 1700만원입니다. 최고액은 1억원이었습니다. 2005·2006년에는 1억원 이상을 인정한 경우가 아예 없었습니다.

명예훼손 소송은 특성상 청구 금액은 무척 높습니다. 언론사를 상대로 할 경우 몇억은 기본이고 수십억인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언론 상대 소송 원고들이 청구한 금액은 평균 4억700만원이었습니다. 반면 평균 인정액은 1700만원이었으니 법원이 ‘짠’ 판결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1억원이 넘는 명예훼손 배상 판결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1997년 대선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전에 “김정일, 김대중씨의 대통령 당선을 바라고 있다”고 기사를 쓴 한 주간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1억2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이 소송은 김 대통령이 나중에 소를 취소해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방송인 백지연씨도 몇 안 되는 억대 배상을 받았습니다. 백씨는 2000년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기사로 내보낸 스포츠 신문 기자를 상대로 5억원의 소송을 내 1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밖에 1999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ㅊ아무개 검사가 <한국방송>을 상대로 받아낸 1억원 배상 판결도 있습니다. 당시 이 검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방송사가 뉴스에서 이를 “납득하지 못할 영장 기각”으로 보도해 공방을 벌였습니다.

명예훼손이 치명적인데도 이렇게 억대 배상이 드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사망 손해배상 소송을 보면 위자료 산정 기준이 8천만원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격적으로 목숨을 잃는 명예훼손 역시 소송에서 이 기준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사망하는 수준의 정신적 피해를 봤을 때 8천만원 정도의 배상 판결이 나온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신씨의 1억5천만원은 법원이 언론에 무거운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처럼 1억원 이상 판결이 드문데도 원고들이 수억, 수십억원씩 청구하는 이유는 뭘까요?

한 판사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큰 금액을 청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일단 수십억원을 청구해 관심도 끌고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도 기대하는 전략이란 것입니다. 실제로는 10억원 청구해서 5천만원 정도만 받아도 괜찮은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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