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문득, 불쑥,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유 없이, 그냥, 머릿속에 짠 하고 말이다. 유명한 영화배우이거나 또는 정치인이거나, 옛 친구이거나 지금 함께 회사에 다니는 동료이거나 …. 문제는 얼굴만 떠오르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거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현상이 잦다. 그럴 때면 옆 사람에게 묻느라 바쁘다. “왜 거, 거 있잖아. 뭐였드라? 그, 그, 그 사람 ….”
우연한 자리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이름 석 자가 오리무중이면 당황스럽다. 명쾌하게 호명하며 인사를 건네면 좋을 텐데, 빙빙 둘러 모호하게 안부를 묻다 보면 뇌도 빙빙 돈다. “뭐지? 뭐였지?” 치매의 늪에 발가락 하나를 담근 기분마저 든다.
성공한 사람들의 90%는 인간관계에 성공한 이들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들 중 절반이 이름을 잘 외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직무교육의 일환으로 ‘인간관계학’ 강의를 듣는 이들이 늘었다. ‘브람스’(BRAMMS) ‘리라’(LIRA)등 영문 이니셜로 연상력을 강화하는 공식도 배운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라도 남의 이름을 달달 외워야 하는 세상이 됐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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