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위치는 홍대 주차장 골목 끝자락 약간, 아주 약간만 한적한 곳. 내부 인테리어는 남미풍. 남미 토박이(인디오)들이 걸치고 다닐 법한 원색의 천 장식. 조도는 촛불의 은은한 분위기가 살아날 정도로 약간 어둡게. 음악은 장식과는 달리 오로지 브릿팝만(일관성 제로). 안주는 특색 있는 걸로 딱 두 가지만. 인테리어 콘셉트를 ‘남미’로 잡았으니, 안주도 퀘사디아나 토르티야 같은 간단한 멕시코 음식으로. 파는 술에도 특징이 있어야 한다. 데킬라는 무조건 수입원가로!(는 아니고, 딱 소매마진 3%만). 이름은 피델(카스트로랑 아무 상관없어. 그냥 쿠바이름이잖아).
대학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2차 넘어가면 그때부터 안줏거리로 등장하는 우리들만의 술집 상상이다. 각자 얼마를 대출 받을지, 아르바이트생은 어떤 기준으로 뽑을지도 정해놨다. 공상이라 부르기엔 현실화 가능성이 7%쯤 남아있어 상상이라는 단어를 썼다. 쓸모없는 상상이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 쓸모없음이 어찌나 행복한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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