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연달아 노래방에 가게 됐다. 새벽 시간, 광화문과 홍대 앞의 노래방에서 나는 전혀 다른 친구들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이영훈 작사·작곡, 이문세 노래’의 노래였다. 노래방을 그렇게까지 즐기지 않는 나와 친구들이 노래방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술자리에서 이영훈의 죽음에 대해 얘기했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모두들 ‘옛사랑’을 떠올리고 싶어 했고, ‘소녀’를 얘기하고 싶어 했고,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부르고 싶어 했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고 싶어 했다.
빈소에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돌아가신 이를 추모하는 방법으로는 너무 ‘싼’ 방법일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 방에서 부르는 ‘소녀’와 옆방에서 부르는 ‘광화문 연가’가 겹쳐졌을 때, 귀를 기울여보니 적어도 이 노래방의 수많은 방 중에 적어도 세 개의 방에서 이영훈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이 순간 전국에 있는 수많은 노래방에서 마치 콘서트를 하듯 이영훈의 노래가 울려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그의 죽음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그리움을 실감했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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