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눈썰미가 좋다”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눈썰매가 좋다”라고 말해 버렸다. 나의 언어를 관장하는 뇌의 특정 지역은 독립국가다. 한마디로 자치구다. ‘이’와 ‘애’ 차이일 뿐인데 눈(아이)은 눈(스노우)으로 변했다. 주변의 박장대소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신기한 것은 같은 웃음도 다른 무리에게는 통하는 않는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는 성향도, 성격도, 지향점도 다른 여러 무리들이 존재한다. 에이(A) 무리는 이런 언어(실수) 개그가 통한다. 웃는 내내 나는 그들의 사랑을 받는다. 바보처럼 보여도 기분 좋다. 그런가 하면 비(B) 그룹 사람들에게 이런 개그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간신히 외운 유머집이나 티브이 프로그램의 토크박스에나 나올 뻔한 황당한 이야기들, 이래저래 흘러 다니는 세상 루머를 한껏 부풀려 이야기하면 웃는다. 시(C)의 사람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진지하게 말했는데 웃는다. 예를 들면 “맛있는 데 한번 같이 가자”라고 내게 말하면 “싼 곳으로 모시겠습니다”고 답했을 경우다. 나는 진담이다. 다름이 주는 뾰족한 매력이 언제나 내가 그들에게 한껏 빠지는 이유다. 세상 살아가는 큰 재미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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