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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합니다.
비행접시를 타고 인간세계라는 ‘정글’에 도착한 그들. 닥치는 대로 불지르고 파괴하고 학살을 자행합니다. 생포한 인간들을 자기네 별로 끌고 가기도 합니다. 이럴 때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행복할까요. 인간들에게 정복당한 동물의 경우를 통해 상상해 보겠습니다. 제맘대로 등급도 매겼습니다.
1등급, 야생동물- 먹고살기 어렵지만 자유롭습니다. 약육강식의 정글은 자본주의처럼 냉혹하지만, 본성을 지키며 산다는 긍지가 대단합니다. 경기가 어려울 땐 목숨 걸고 ‘하산’해야 하는 고충이 크지만. 멧돼지처럼 ….
2등급, 반려동물- 자유와 자존심을 버렸지만, 인간과 교감합니다. 인간 맘이 변하면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한다는 게 흠. 유기동물로의 신분 변화, 아찔하지요. 여기엔 서커스 원숭이나 맹인 안내견, 마약 감식견도 포함됩니다. 노동 스트레스가 심할 텐데, 대우가 좋으면 그럭저럭 커버가 되지 않을까요?
3등급, 동물원 동물- 감옥에 갇혀 삽니다. 배부르고 등 따스합니다. 스타가 되기도 하고요. 인간의 사랑을 받겠지만, 평생 무기수로 산다는 게 끔찍합니다.
4등급, 유기동물- 아파트 근처나 거리에서 노숙하는 개, 고양이들. 상당수가 교통사고의 위험을 호소합니다. 반 야생으로 그나마 자유를 만끽합니다.
5등급, 농장동물- 토막살해되어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소·돼지·닭·염소 등등. 생존 기간에는 동물권을 보장받기도 해 최하 등급을 면했습니다.
6등급, 실험동물- 고문 감옥. 동물계의 731부대. 주로 쥐, 비이글종의 개, 개코원숭이로 이뤄진 그들은 강제로 암세포를 주입받고 가스실도 들락날락합니다. 비참함의 막장.
〈Esc〉는 이번에 3등급 동물 감옥 죄수들을 다뤘습니다. 시간 나면 직접 면회라도 해보시길.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sc〉는 이번에 3등급 동물 감옥 죄수들을 다뤘습니다. 시간 나면 직접 면회라도 해보시길.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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