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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술

등록 2007-09-0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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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와 운전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남자들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자신이 얼마나 파란만장하게 죽도록 고생했는지, 어떤 극적인 사건들과 부대꼈는지 경쟁적으로 추억을 더듬다보면 시간은 정신없이 흐릅니다. 짧은 기간에 편한 보직으로 근무했다는 이들도 고생담을 풀어놓을 땐 결코 지지 않습니다.

운전 이야기만 나오면 남녀 불문하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초보 시절에 쩔쩔매던 사연은 모두의 공감을 삽니다. 황당하게 차가 서거나, 접촉사고로 시비가 붙거나, 딱지를 떼려던 교통경찰과 티격태격했다는 갖가지 ‘논픽션’들은 듣는 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합니다.

마우스와 운전대에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우스만 잡으면 흥분하는 분들이 많지요. 인터넷의 바다를 떠돌며 클릭을 하다가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분들입니다. 별거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육두문자를 퍼뜨립니다.

운전대도 그렇습니다. 평소엔 신사처럼 행동하다가도 ‘드라이버’의 자리에만 돌아가면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돌변하는 분들이 적잖습니다. 별거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욕을 지껄이다가, 거리에서 육박전을 감행하기도 합니다.

운전은 전쟁입니다. 1면에서 ‘정글’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전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교통사고로 전국에서 6327명이 죽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죽은 미군 숫자의 두배입니다.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8년 동안 죽은 아군의 숫자보다 1천여명이 많습니다. 단 1년 동안 말입니다.

21세기 도시의 아스팔트에서 ‘운전의 기술’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전쟁터에서 총과 미사일을 잘 피하는 기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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