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가 역대급 20대 여성 배제 선거라고 하던데 저도 동의해요.”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째날인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투표소 앞에서 만난 대학생 민아무개(23)씨는 “(20대 여성 배제 선거에 대한) 답답함이나 반발심이 들었고, 여성을 포섭하려는 시도도 막바지에야 나온 것 같아 더 아쉽다”고 말했다.
사전투표가 치러진 지난 4~5일 <한겨레>가 투표소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들은 이번 대선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대선에서 배제됐다”고 입을 모았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20대 여성을 위한 정책이나 공약들이 나왔지만, 이들이 대선에 답답함을 표시하는 이유는 선거 초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시작으로 주요후보들이 벌인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경쟁 때문이다. 20대 남성을 위한 공약을 내놓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선거캠페인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대남’과 20대 여성을 갈라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여성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남초 커뮤니티 글 공유와 여성·소수자 이슈 매체 출연과 관련해 불거진 논란 등을 20대 여성들은 ‘문제적 순간’으로 꼽았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주민센터 투표소에 만난 유아무개(25)씨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당황한 순간이 많았다. 20대 여성들도 유권자이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마치 무시당하는 듯한 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기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아무개(25)씨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여성정책이었는데, (전반적으로 후보들이) 여성을 배제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대학생 신유빈(20)씨도 “지난 대선 때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란 말도 나왔는데 이번에는 여가부 폐지 공약이 나왔다. ‘여성들의 표를 얻고 싶지 않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여전히 취업과정에서 성차별의 벽을 실감하는 여성들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는 발언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에 답답해하기도 했다. 금융권 취업준비생 김아무개(25)씨는 “취준생 입장에서 저도 느끼고, 면접 후기를 들어보면 다른 여성들도 차별받는 경우도 많은데 현 정치권은 이대남만 청년인 걸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 투표소 앞에서 만난 20대 남녀들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각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서는 생각이 엇갈렸다. 그러나 ‘청년 취업과 집 문제는 차기 대통령이 꼭 해결해줬으면 한다’는데 공감대를 보였다. 직장인 여성 송아무개(28)씨는 “작년에 취업을 하다 보니 일자리 문제나 주거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을 주요하게 봤다. 크게 바라지 않는다. 전보다 조금 나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중이 남성 임아무개(28)씨는 “청년 취업 쪽으로 어떤 정책들을 내놨는지 봤다. 청년 정책도 중요하고,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이번 대선 선거인명부상 20대는 659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4.9% 규모다. 20대 전체 중 여성 유권자 비율은 47.6%다. 대선 후보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기에 선거일에 다가올수록 여성 친화 공약을 내놓았다. 윤석열 후보는 최근 들어 성범죄 강경 대응 등 ‘여성 안전’에 집중해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후보도 지난 3일 ‘여성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5대 여성공약을 제시하고, 20·30대 여성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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