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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020 코로나 시대를 관통한 결정적 장면 12가지

등록 2020-12-24 15:57수정 2020-12-24 16:02

2020 올해의 뉴스
올해는 여느 해와 너무 다른 한해였습니다. 좌절, 희망, 분노, 탄식이 오갔던 날들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좌절’했지만, 백신에서 ‘희망’을 봅니다. 곧 우리의 일상도 제자리를 찾겠지요? 올해는 민심의 저력을 보여준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n번방 사건과 연이은 아동학대, 최숙현 선수의 죽음은 ‘분노’를 넘어 재발방지책이라는 성과물로 이어졌습니다. 어깨를 들썩이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BTS는 빌보드를 석권했습니다. <한겨레> 뉴스룸이 1년간 우리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뉴스를 골라봤습니다. 부디 2021년에는 긍정 에너지 뿜뿜 쏟아내는 뉴스만 있기를.

1. 코로나의 습격, 삶을 바꾸다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1년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비대면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고용 위기와 경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에는 역부족이다. 전 세계에서 속속 들려오는 백신 개발과 접종 소식이 반갑다. 언제쯤 백신 주사를 맞게 될까. 코로나 ‘악몽’에서 벗어날 날을 기약해 본다.

2. 텔레그램 n번방 파문과 ‘n번방 방지법’

지난 11월 26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성착취 범죄단체 조직,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1년 전 <한겨레>가 박사방과 n번방 등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2019년 11월25일치)를 고발한 지 1년 만이다. 높아진 디지털 성범죄 경각심은 ‘n번방 방지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11월23일 〈한겨레21〉은 디지털 성범죄 세계를 기록하고 저장할 아카이브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stopn.hani.co.kr)’를 열었다.

3. 박원순 시장 죽음과 성추행 논란

지난 7월 9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날 성추행 혐의로 전직 비서에게 고소당한 상황이었다. 한국 시민운동의 산증인, 현직 서울시장,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그의 말로가 성추행으로 얼룩지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쏟아냈다. 조문 논쟁에 이어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박 시장의 사망과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수사도 현재진행형이다.

4. 영끌·임대차3법·전세난민

정부가 올해만 대출규제, 보유세 상향, 공시가격 현실화 등 세 차례의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내놨지만, 2030 ‘영끌세대’의 부동산 구매 열풍을 꺾지 못했다. 1981년 제정된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한 임대차3법은 시장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고 특히 법 적용을 못 받는 신규 계약 시장에서 전세 품귀, 전세값 폭등과 같은 역효과가 발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세 난민’ 처지로 소환되기도 했다. 3기 신도시, 용산정비창에 ‘중산층 임대’, ‘공공전세’ 등 공급대책이 쏟아졌지만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로또 청약’ ‘청약 광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언제쯤 안정될까.

5. 기록적 장마, 기후위기 징후?

지난 6월 24일부터 8월 14일까지 52일간 이어진 역대급 장맛비로 대한민국 전역이 물에 잠겼다. 1973년 기상청 전국 관측 시스템이 마련된 이후 최장 기록으로, 2013년의 49일을 넘어섰다. 중부지방 강수량 역시 평년(366㎜)의 두배가 넘는 851.7㎜를 기록했다. 4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2011년(78명) 이후 인명피해가 가장 컸다. 재산피해는 1조371억 원으로 추정됐다. 온난화와 기후위기 징후라는 시각이 있다.

6. 의료계 집단휴진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 진료 육성 방안에 반발, 동네병원(1차 8월 14일)과 전공의·전임의(2차 8월 21일)가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이후 20년 만이다. 9월 4일 정부와 의사협회가 ‘원점 재검토’ 합의안을 도출할 때까지 20일간 응급실과 중환자실, 선별진료실 등에서 의료 공백과 진료 차질이 빚어졌다. 이후 전공의 반발,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안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면서 정부·여당과 의료계 모두에 내상을 입혔다. 시민들은 환자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한 의료계에 분노를 쏟아냈다.

7. 최숙현 선수 죽음으로 드러난 체육계 폭력

지난 6월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감독과 선배, 팀닥터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들은 고교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단 유망주에게조차 훈련과 교육 명목으로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 현재 1심에서 징역형(18일 예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문체부 ‘실업팀 선수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보면 선수 7명 중 1명(13.9%)이 이런 가혹 행위에 노출돼 있다. 체육계 폭력 실상과 인권침해 관행에 경종을 울려 ‘국민체육진흥법’(최숙현법) 제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8. 천안, 창녕, 서울, 인천, 여수…아동학대 ‘비극’

6월 4일 천안에서 의붓어머니에 의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혔던 9살 아이가 숨졌다. 몸에는 멍과 상처, 담뱃불로 데인 화상 등 상습폭행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즈음 창녕에서는 9살 아이를 쇠사슬에 묶고 굶기는 등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한 계부와 친모가 적발됐다. 지난 8월 인천에서는 외삼촌이 돌보던 6살 여아가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숨졌고, 12월 초에는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져 전 국민이 공분했다. 방임도 아동학대다. 9월 엄마의 방임 속에서 발생한 화재로 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형제 중 동생이 숨을 거뒀다. 여수에서는 숨진 갓난아기를 냉장고에 보관하고 두 자녀를 쓰레기더미에 방치한 비정한 엄마가 최근 구속됐다.

9.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흑인 시위

지난 5월 25일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파우더호른에서 경찰에 체포되던 중 질식사했다. 위조지폐로 담배를 샀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그의 목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당시 ‘숨을 쉴 수 없다’는 플로이드의 수차례 호소가 있었지만, 경찰은 묵살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을 고발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플로이드를 사망케 한 데릭 쇼빈과 동료 경찰관 3명은 현재 2급 살인 공모 및 2급 우발적 살인에 대한 공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10. 홍콩보안법 통과와 저무는 민주주의

6월 30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중국 정부 직속 국가안보국을 홍콩에 세우고 비밀경찰도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의 독립을 막고, 중국의 지방도시로 지배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겼다. 이에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민주화를 외쳤다. 6개월이 흐른 지금, 민주화 동력은 정국 정부의 조여오는 감시망과 압박에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시위를 주도했던 조슈와 웡과 아그네스 초우 등은 불법집회 가담 혐의로 실형을 받고 투옥됐다. 더 나아가 12월 전인대는 입법회 의원이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경우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법안을 의결했다. 홍콩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

11. 젊어진 트로트, 대중화 ‘활짝’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트로트가 올해는 한층 젊어졌다. 구수한 정통 트로트가 현대적 감각과 만나 세련된 멋을 더했고,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층까지 ‘팬덤’이 형성됐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신의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등은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시작으로 <트로트퀸> <보이스트롯> <트롯신이 떴다> <트롯 전국체전> <트로트의 민족> 등 관련 프로그램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일까. 트로트 신드롬이 ‘식상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2. 한류 문화, 세계를 정복하다

2월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작품·감독·각본·외국어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 외국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처음이다.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석권하면서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방탄소년단(BTS)는 올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과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모두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영어곡인 ‘다이너마이트' 달리 ‘라이프 고스 온'은 62년 빌보드 역사상 첫 비영어권 가사(한국어) 1위라는 신기록도 썼다. 국내 가수 최초로 내년 1월 열리는 제63회 그래미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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