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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공공병원·의사 확충 병행” vs “더 뽑기전에 처우 개선부터”

등록 2020-09-14 04:59수정 2020-10-04 09:20

[의사 집단행동, 그 이후]

‘공공의료 정책 추진 전망’ 의료계 전문가 4명 좌담
①첩첩산중 ‘의-정 협의체’의 앞날
②의료취약지 의사 증원 방안, 어떻게?
③환자 볼모 ‘집단휴진’, 재발방지 대책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향후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논의와 관련한 좌담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최하얀 <한겨레> 기자,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향후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논의와 관련한 좌담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최하얀 <한겨레> 기자,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공의 업무 복귀에 이어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해온 의대생들도 13일 단체행동을 유보했다. 이로써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원점에 놓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의사 수 늘리기’와 같은 핵심 의료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 응급실·중환자실을 가리지 않은 전공의들의 ‘실력행사’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안정화’ 뒤로 미뤄진 정부 정책 추진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재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한겨레>는 의료계 전문가들과 긴급 좌담회를 열어, 집단휴진 사태 이후 정책 추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13일 아침 8시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좌담에는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황보연 <한겨레> 사회정책부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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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첩첩산중 ‘의-정 협의체’의 앞날   

김 “정부·의사외 시민들 배제돼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해야”
좌 “의료 정책은 전문적 영역 정부가 국민의견 듣고 오면 돼”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의 합의문에는 정부가 추진하려던 4대 정책인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관련 사안을 서로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를 꾸리기로 했지만, 이 협의체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의-정 협의체를 언제, 어떻게 구성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탓이다. 합의 내용과 별도로, 시민사회는 국민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데 ‘공급자’인 의협과 정부만 참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회 의-정 협의체 구성은 어떤 방식으로 되어야 하나?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김윤(이하 김) 이번 합의문은 의협과 정부, 양자 간 합의로만 돼 있다. 의사단체와 정부 외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부터 보면, 정부가 정책 결정을 내리고 의협이 단체행동을 하면 결국 정책이 중단되는 과정이 20년간 이어져왔다. 이는 앞으로 주요 의료정책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결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정부 주도 의사결정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한번도 열리지 않았는데, 이런 기구를 활용할 수 있다.

좌훈정(이하 좌) 근본적으로 의료정책을 정부가 추진할 때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양쪽이 일대일로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돼야 한다. 특히 (의료와 같은) 전문적 영역은 고유의 특수성이 있다. 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할 때도, 비전문가들이 참여한 점이 논란이 되지 않았나. 의료 서비스를 받는 국민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면, 정부가 의사단체를 만나기 전에 의견을 청취하고 오면 된다. 국민들이 얼핏 긍정적인 면만 보고 찬성할 수 있는데, 실제로 보면 논의의 이면에는 국가 예산문제나 의료계 내부의 어려운 사정들이 많다.

그동안 의대 증원 논의를 원천적으로 막아온 것은 의협이었다. 전문가 집단으로 의사들을 대변하려 한다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의협의 활동을 보면 집행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내부 정치에 몰두하는 구조가 아니었나.

성종호(이하 성) 그렇지 않다. 의협도 나름의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의료계를 배제한 관료주의적 의사결정이 뿌리 깊은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정부가 안을 만들어놓고 몇번 회의하고 통과시키는 일들이 그간 많았다. 이런 불만이 누적되어서 대형 이슈에서 폭발하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합의문은 의협과의 합의인 만큼, 일대일 관계에서 의협의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될 필요가 있다.

정형준(이하 정) (의사단체들이 이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했지만) 시민사회와도 정부가 거의 소통하지 않았다. 이번에 의협이 실력행사로 정부와의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앞으로도 전체 이해당사자 가운데 일부인 ‘의사’들과만 논의해선 안 된다. 공급자 위주의 논의를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건가.

사회 협상 재개 시점도 궁금하다. 합의문에 담긴 ‘코로나19 안정화’를 언제로 보나?

코로나19 종식 뒤로 봐야 한다.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감염병이 아닌 만큼, 전세계에서 어느 정도 유행이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이 안정화 시기다.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국내 발생 확진자가 하루 100명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해야 한다. 의료 취약지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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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의료취약지 의사 증원 방안, 어떻게?

정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핵심 착한 적자 해결책부터 만들어야”
성 “필수·중증 의사들 지원 늘리면 지금 인력으로 지역의료 강화 가능”

 
이번 의-정 갈등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2022학년도 입학생부터 지역의사 전형으로 10년간 해마다 4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려,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의협은 이런 정부 정책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회 지역의사제 정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예정이다. 의협과 시민단체가 각기 다른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읍 단위에서 개원의를 한 적이 있다. 의원이 많게는 10개가 넘었고 응급실이 딸린 중소병원도 있었다. 지역주민들에게 모든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부족한 것은 대도시에 있는 대형병원급 서비스다. 지역의사 한두명 배치된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겠나. 중부권 지방의료원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전문의를 딴 공보의들이 와서 ‘여기서 3년 있으면 실력이 퇴보하겠다’고 한탄한다. 수술을 해볼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은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전락하고 있다.

애초 정부가 정책을 낼 때, 중증·필수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핵심 문제는 공공의료기관 등 ‘인프라’ 부족이다. 지역으로의 의사 배치 등 ‘소프트웨어’ 문제는 다음 과제다. 일할 병원이 없는데 누가 지역으로 가겠나. 취약지에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공공의료기관의 ‘착한 적자’를 해결할 대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예산 투입 계획이 함께 나오지 않으니 지역의사제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것이란 정부 말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증원하려는 의대 정원 1년 400명 가운데 50명은 의과학자로 양성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의료 영리화에 복무할 의료산업체 종사자를 정부 장학금으로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정부안은 의사단체로부터도, 시민사회나 노동단체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한 매우 보기 드문 경우였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사회 정부안이 문제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해결책이 나와야 하나?

정부의 지역의사제는 동네 의원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 거점병원 기능을 할 2차 병원에 부족한 인력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 검토 결과 25개 병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고, 그곳에서 일해야 하는 의사가 4천명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었다. 의료서비스의 ’골든타임’을 보장하기 위한 응급환자 진료기능, 중증입원환자 진료기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누구나 대도시에 살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지역의사제가 성공할까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나 여러 국가가 의사 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들을 살펴보면, 그나마 성공적이었던 방법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처럼) 취약지 출신 인재를 뽑아서 그 지역에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한 것이었다. 물론, 이에 더해서 지역 2차 거점병원에 가산 수가를 적용해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하고, 권역 거점병원인 국립대병원과 지역 거점병원들 간 네트워크 구성 등이 함께 가야 한다.

현재 배출되고 있는 인력만 가지고도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전쟁이 났는데 언제 신병을 모집하나, 예비군을 동원해야지. 의사 배출까지 10~15년이 걸린다. 필수·중증 의료를 의사들을 ‘갈아넣는’ 방식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을 먼저 바꿔야 한다. 지금도 규모 있는 대학병원들마저 필요 인원보다 적게 의사들을 채용하고 초고강도 노동에 내몰면서 필수·중증 의료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수가가 낮은 체계에선 의료인력을 충분히 채용했다가는 수익이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싸움의 선두에 섰던 것은 이런 기존의 필수·중증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지역의료 문제로 포장하고 있다. 의사들을 번아웃시키지 않으면서 가야 한다. 그렇게 운영할만한 예산 추계를 내고 국민 허락을 받아라. 정부가 그런 추계를 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인력정책과 관련해, 전문과목별 수요를 추정해서 전문의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문제는 병원이 적정 수준의 의사를 뽑아주지 않는 데 있다. 정부 지원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서 필수·중증 의료를 담당할 의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다. 지방의료원 소속 의사들이 계약직 직원이 아니라 공무원으로 평생 신분이 보장되고, 자신이 속한 병원에서 수술을 계속 할 수 있어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다면, 의사들이 알아서 지역에 갈 것이다. 연봉, 노동 조건, 신분, 양질의 연수 기회, 병원 간 인사 교류 등 경력 개발을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금 있는 의사 인력으로도 충분히 지역의료 강화는 가능하다. 또 공중보건의(병역의무 대신 3년간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 제도를 더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중보건의 가운데 30∼40%가 전문의다. 이들을 지방의료원에 배치하고, 지금은 부족한 직무교육을 제대로 해주면 된다. 또 군부대를 개편하면서 군의관 수가 남아돌고 있는데, 이들도 일부를 공중보건인력으로 돌릴 수 있다.

지금 정부가 발표한 지역의사제 도입 계획안에도, 지역 병원 가산 수가 등 지역의료 강화 대책이 포함돼 있다. 그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립서비스’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정부가 지역의료 강화의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의대 정원 확대만 하려 한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 처우 개선 요구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현재도 지방의료원 의사 평균 연봉이 세전 2억원이 넘는다. 얼마나 더 개선해주면 의사들이 지역에 갈까.

지역인재 전형이란 것이 있다. 이를 통해 뽑는 의대생 중에서 일부를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방안으로 했다면 ‘징검다리’식으로 그나마 반발이 덜했을 것이다. 정부 정책은 너무 진도가 한꺼번에 나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다. 병원급에서 전공의 노동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이를 개선하고 적절한 배치를 하면 경영이 안된다고 한다. 인력을 적게 배치하고 노동시간을 늘려야 운영되는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가 같이 가지 않으면, 정책 입안자들도 진정성을 보이기 어렵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이사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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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환자 볼모 ‘집단휴진’, 재발방지 대책   

김 “응급실·중환자실 방치 큰 문제 국민생명 위협 막는 안전장치 필요”
정 “공공의료기관 늘리고 이 기관 일하는 사람에게 공적 지위·책임 부여”

전공의·전임의 집단휴진이 19일이나 이어지면서, 그 여파는 환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응급처치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수술이 미뤄지면서 피해를 본 환자들이 생겨났다. 1994년 의료법 개정으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에게 내릴 수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실효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노동관계법에 따라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필수유지업무, 즉 응급의료와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집단행동이 금지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회 다시 협상이 열리더라도 이번 집단휴진 사태가 재발되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환자단체들은 적극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7월23일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첫 전공의 집단휴진이 8월7일에 벌어지는 등 집단행동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파업에 들어가면서, 왜 이런 단체행동을 하려 하고, 정부 정책에 어떤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먼저 하지 않았다. 강대강으로만 부딪치면 한국 의료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다.

집단휴진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갈등을 조정할 의무가 있는 국가에 있다. 집단행동은 공적 언로가 막혔을 때 하는 몸부림이다. 정부가 애초부터 의사들의 말에 더 귀 기울임으로써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만들기로 한 협의체를 한달 전에 만들었다면 파업을 안 했을 것 아닌가. 정부가 의사들을 집단행동으로 내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으로 단체행동을 규제한다면 또다시 (거리로) 나오게 될 것이다.

의사들에게도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있지만, 전공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방치한 것은 큰 문제다. 다른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는 인력을 남기는 것처럼, 의사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줄 정도의 단체행동을 할 수는 없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파업으로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의사들에 대한 국민 신뢰는 많이 잃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법으로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런 식으로 단체행동을 규제한다면 이번에는 의사이지만 다음 번에는 다른 직역에서도 규제를 받게 될 것이다.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을 비워선 안 된다는 건 기본적인 윤리의 문제다.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최소한 이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공적 지위와 책임을 부여해야 (집단휴진을) 막을 수 있다.

사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의협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열릴 의-정 협의에서 보여주면 좋겠다. 의료취약지를 포함해 모든 국민이 적절한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협이 정부를 견인해달라. 이번에 정부한테는 ’항복’을 받아냈지만 (의협이) 국민 신뢰는 잃어버렸다.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전향적 자세, 자성의 목소리가 의사들 사이에 나와서 국민들이 받은 상처를 보듬어줘야 한다.

우리가 하는 파업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게 염려가 된다. 젊은 의사들이 분노한 가장 큰 이유는 의대 정원 확대인데, 사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절차상 문제에 더 분노한 것 같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논의 과정의 투명성이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의사 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올라갔다고 보고 있다. 의사들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SNS 등을 통해 많이 전달됐다. 이해를 높이는 측면이 있었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도 계속 ’강대강’ 국면으로 가서는 안된다. 의사 집단 내부에서는 좀더 정제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게 필요하며,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된다. 앞으로 민주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리/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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