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강원지역에 최고 3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3일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에서 한 주민이 마을에 들어찬 빗물과 토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중부지방의 장마 기간이 관측 사상 최장기인 52일로 예상된다. 중부는 폭우, 남부는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예년에 잘 볼 수 없었던 이례적 현상이다.
기상청은 4일 “서울·경기와 강원 영서에 저녁때까지 시간당 50~12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다가 다소 약화된 뒤 5일 새벽 다시 강해질 전망”이라며 “비가 세차게 내리다 약해지기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그러면서 “5일까지 정체전선이 북한과 중부지방 사이를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영향을 주겠다. 강수대가 남북 폭은 좁고 동서로는 긴 형태여서 지역 간 강수량 편차가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특히 “제4호 태풍 ‘하구핏’이 중국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북한을 지나는 과정에 5~6일 중부지방 강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 장마가 1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마가 가장 늦게까지 지속된 때는 1987년으로 중부지방의 경우 8월10일까지, 남부지방은 8월8일까지 장맛비가 내렸다. 예보대로 14일까지 이어지면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이럴 경우 6월24일 시작된 중부지방 장마 기간은 52일이 돼 현재 ‘가장 긴 장마’ 기록인 2013년의 49일을 넘어서게 된다.
6월10일 시작된 제주 장마는 지난달 28일 종료되면서 가장 이른 장마와 가장 긴 장마라는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가장 빨리 장마가 시작된 해는 2011년으로, 올해처럼 6월10일 첫 장맛비가 내렸다. 올해 제주 장마 기간은 49일로, 1998년의 47일보다 이틀 길었다.
최근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남부지방은 지난달 30일로 37일간의 장마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평년(32일)보다는 길지만 2013년과 1974년에 기록된 46일을 넘지는 못했다. 중기예보에 7~10일 남부지방의 비 소식이 들어 있는데 이는 기압골 영향의 비와 소나기로 장맛비가 아닐 것으로 기상청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장마 기간은 여름철이 끝난 뒤 여러 기상 요소를 정밀 분석해 결정하기에 만약 10일까지가 장마 기간으로 간주되면 남부에서도 48일 장마라는 새로운 기록이 세워진다.
물난리를 겪는 중부지방과 달리 충남과 남부지방, 제주도에는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5일까지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아 매우 더울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쪽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돼 높은 습도에 일사량이 더해져 체감온도가 실제 관측 기온보다 높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의 태풍 ‘예상 진로도’가,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소멸하는 곳(×)만 표시하고 이후 진로에 대한 정보는 없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풍이 소멸한 뒤 하루이틀 뒤까지 열대저압부의 진로를 표시해주는 일본 기상청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의 태풍 진로도와 비교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친절한’ 기상청의 태풍 진로도는 2014년 제16호 태풍 ‘풍웡’이 중국 대륙을 상륙했다 열대저압부로 변한 뒤 남부지방을 강타해 100㎜가 넘는 집중호우를 내렸을 때도 지적된 바 있다. 국가태풍센터는 “시스템을 구축 중으로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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