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전남 여수에서 숨진 영아를 2년 동안 냉장고 안에 넣어두고 생활했던 40대 여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여수시 한 아파트의 가정용 냉장고 냉동고 안에서 2018년 숨진 남자 영아의 주검을 발견해 수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이 영아의 어머니 ㄱ(43)씨를 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아동 방임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 집 안의 냉장고에서 영아의 주검이 나왔다. 주검의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기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ㄱ씨가 2년 전 영아가 숨져 냉장고에 넣었다고 진술했다. 영아가 숨진 원인과 시기, 냉장고에 넣어둔 이유 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ㄱ씨가 계속 눈물을 흘리는 등 심리상태가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11일 주변에서 ㄱ씨가 아이들을 방임한다는 신고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들어오면서 알려졌다. 출동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ㄱ씨의 아들(7)과 딸(2)을 피해아동쉼터에 보내 어머니와 격리했다. 이어 지난 27일 아이들로부터 딸이 쌍둥이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즉시 아파트 주거지를 수색해 집 안 냉장고 안에서 숨진 영아의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첫째 아들만 출생신고를 했고, 5년 뒤에 낳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방임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문기관조차 쌍둥이 남자아이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경찰은 ㄱ씨가 비혼 상태로 아이들을 낳았고, 혼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비롯해 아이들을 양육해 왔다. ㄱ씨는 평소 생계를 위해 식당 찬모 등으로 오후 6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일했고, 그동안 아이들만 집 안에서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쌍둥이 남매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와 남자 영아의 사망이 관련이 있는지도 수사 중이다.

성미연 여수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쌍둥이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공적 부조를 전혀 받지 못했다. 영아 때 숨진 남자 아이의 경우 공공기관 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그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남자 영아가 언제 어떻게 숨졌고, 주검을 유기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