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교육·인권 등에 관련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지난달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2020년, 정치하는 청소년이 온다!-국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하라’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교실 정치화 논란과 18살 선거권 이후의 학교’, ‘청소년의 선거운동, 정치활동의 자유 보장’, ‘2020년 총선, 청소년 유권자를 위한 정책’ 등을 주제로 조별 토론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학생회의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하여는 활동을 할 수 없으며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없다.’ (경기도 ㄷ고등학교 규칙)
‘특별교육이수·출석정지·퇴학 대상 : 정치 관여 행위,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학생’ (경북 ㅁ중학교 규칙)
오는 21대 총선부터 18살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부여되면서 선거운동이나 정당 가입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제정연대)는 29일 전국 5600여개 중·고등학교의 약 10%인 533개 학교(중학교 316개, 고등학교 217개)를 대상으로 학교 규칙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의 54.8%(292개)는 정당 및 정치적 단체 가입을 금지하거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칙을 가졌다. 학교별로는 중학교가 48.4%(153개), 고등학교가 64.1%(139개)로 중학교보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규칙들이 많았다. 조사는 지난달 25일부터 23일까지 학교정보공시 누리집을 이용해 이뤄졌다.
조사대상 고등학교 53%(115개) 학생회 규칙에선 정당이나 정치 단체 가입 활동을 직접 금지했다. 충청남도의 한 고등학교의 학생회 규칙에는 ‘학생회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으며, 학교의 장이 시행하는 학교 행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중학교의 41.8%(132개), 고등학교의 47.9%(104개)에선 정당 가입 금지를 직접 명시하지 않더라도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징계 사유로 규정했다. 경상북도의 한 고등학교는 ‘학생 신분으로서 행할 수 있는 예술, 종교, 봉사 활동 이외의 여하한 정치, 경제, 사회활동을 절대로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의 퇴학 대상자 규정에는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거나 학생 본분에 어긋나는 집단적 행동으로 수업을 방해한 자’가 기재됐다.
이밖에도 제정연대는 불법 집회 참가를 처벌하거나 불량·불온 단체 참여 금지, 동맹 휴학 등 집단행동 처벌을 하는 조항, 학교 내 게시물 게시를 할 경우 교사의 사전 허가 및 검열을 요구하는 규정들도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제정연대는 “학생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는 학교 규칙들은 헌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위배하는 것이며 학생 인권 보장 의무를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등에도 맞지 않는다”며 “인권과 민주주의는 교문 앞에서 멈춰서는 안 되며, 학교 안팎에서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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