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든 만 18살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선거교육 교재 내용 가운데 일부.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교육청의 모의투표 계획에 사실상 제동을 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체 제작한 교재에서는 실제 후보자 공약을 두고 토론한 뒤 순위를 매겨보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앞뒤가 안 맞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겨레>가 선관위 누리집에 올라온 만 18살 새내기 유권자용 선거교육 교재를 살펴보았더니 선관위는 “단지 투표를 한다고 진정한 유권자가 되는 게 아니다. 일상생활, 학교생활 등에서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어 선관위는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정책과 공약을 비교해보는 것”이라며 학생 유권자들에게 △각 정당별 10대 정책 찾아보고 우선순위 비교하기 △후보자 공약 순위 매기고 같은 공약이나 차이점 찾아보기 △관심 공약을 친구들과 토론하고 토론 뒤 공약에 대한 순위 매기기 등을 제안했다.
선관위가 제안하고 있는 방식은 선관위가 제동을 건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 내용과 유사하다. 3~4월 초·중·고를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인 이 교육은 학생들이 실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토론한 뒤 모의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실제 투표일 이후에 공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 6일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하에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행위 양태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에 이르러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며 학생 유권자뿐 아니라 초·중·고교 모든 학생들의 모의투표를 금지했다. 이런 결정에 교육단체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교육청·교원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할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 선관위는 “고3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진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여러분의 선택에 간섭하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교사들의 개입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교재 내용의 또다른 대목에서는 유권자의 교양을 길러줄 학습 파트너로 부모님, 친구 그리고 선생님을 꼽는 등 모순적인 내용을 담기도 했다. 선관위는 이 교재를 1만부 인쇄해 지난 10일부터 전국 교육청과 고등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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