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개선 방안의 하나로 학부모 요구가 컸던 온라인유치원입학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사립유치원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참여율이 여전히 10%대로 낮은데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를 중심으로 ‘처음학교로’ 참여를 집단저항 수단의 하나처럼 여기고 있어 입학 시즌을 앞둔 학부모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처음학교로’에 참여 뜻을 밝힌 사립유치원은 504곳(12.3%)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최종 참여율이 2.8%였던 것과 견줘 5배 가까이 늘었다. ‘처음학교로’가 다음달 1일 다자녀·저소득층 자녀 등 우선 모집으로 첫 개통되고, 일반 모집이 21일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참여 유치원 수는 상당폭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비리가 불거진 뒤 투명성과 공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사립유치원 100%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 신청과 당락 추첨, 최종 결과 통보를 모두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유치원 입학 시스템이다. 학부모들이 일일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당락도 암호화된 전자추첨으로 정해져 공정성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국·공립유치원은 100% ‘처음학교로’를 이용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미참여율이 여전히 90%에 가까운데다, 한유총을 중심으로 개별 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를 막으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사립유치원들은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면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유치원에 밀려 원생 모집에 어려움에 겪을 것이라는 명분으로 지금껏 대다수가 이를 거부해왔다. 앞서 한유총 쪽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에 반발해 ‘처음학교로’ 집단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뜻하지 않은 외부 압력 등으로 ‘처음학교로’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유치원 상황을 알려달라”며 ‘고충상담 전화’를 여는가하면, 서울시교육청은 ‘처음학교로’ 불참 유치원에 원장 수당 미지급 등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장 학부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다음달 1일부터 본격적인 유치원 입학 시즌이 시작되는데, 일부 비리 유치원이 ‘처음학교로’ 참여 거부 뿐 아니라 입시설명회를 연기하는 등 오프라인 입학 절차마저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리가 적발되지 않은 유치원에 학부모 쏠림 현상이 빚어지면서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학부모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몇몇 유치원은 ‘입학설명회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연락처를 남기라’는 말만 한다”며 “설명회에 참석해야 입학원서를 주겠다는데 ‘처음학교로’만 믿다가 입학기회를 놓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홍석재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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