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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돈으로, 원장 보험료·콘도 회원권·기름값 ‘펑펑’

등록 2018-10-24 21:11수정 2018-10-25 07:22

[사립유치원 적나라한 비리 백태]

┕개인 사금고 된 유치원 공금
개인보험료 1585만원 내고
총동창회비로 50만원 쓰기도
경남 교육청 4명 정직·해임

┕가족 땅에 시설 투자 들통
유치원 돈으로 원장 남편 땅에
“체험 학습장” 화장실 등 설치
교사 아닌 이에게 수당 지급도

┕유치원 급식 관리는 엉망
유통기한 지난 식자재 보관
아이들에게 부실급식 제공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연합회 사무실에서 `현 시국에 대한 사립유치원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사립유치원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며 “또한 이로 인하여 어린 유아들을 믿고 맡겨주신 학부모님께 실망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오른쪽은 박세규 변호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연합회 사무실에서 `현 시국에 대한 사립유치원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사립유치원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며 “또한 이로 인하여 어린 유아들을 믿고 맡겨주신 학부모님께 실망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오른쪽은 박세규 변호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4일 대구, 경남, 제주, 부산, 세종, 전남 등 6개 광역 시·도 교육청이 비리가 적발된 사립유치원의 실명과 함께 공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유치원 예산을 원장 또는 원장 가족, 유치원 관계자가 사적 용도로 쓰거나 아이들에게 부실한 급식을 제공하는 등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저질러온 적나라한 비리 실태가 확인된다.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은 유치원 예산으로 원장 등의 개인 보험료와 경조사비를 냈고, 콘도미니엄 회원권을 사거나 개인 차량의 기름값으로 쓴 경우도 있었다. 대구 동구 금빛유치원은 개인보험료 1585만원을 유치원 예산으로 납부하다가 2015년 감사에서 적발됐다. 대구 북구 침산아이엔지(ING)유치원은 유치원 돈으로 콘도미니엄 회원권을 구입하거나 개인 식비 등으로 8117만원을 썼다가 지난해 감사에서 들통났다.

경남 창원의 푸른하늘유치원은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값 769만여원을 유치원 회계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주 에덴유치원 원장은 개인 보험료와 차량수리비 등 2561만여원을 유치원 회계계좌에서 인출한 사실이 경남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김해 은빛예능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예산 1177만여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남교육청은 원장 4명을 정직 또는 해임 등 중징계하고, 나머지 유치원에 대해서도 경징계·주의·경고 처분한 뒤 부당하게 사용한 돈을 회수했다.

유치원 운영비로 원장이 총동창회비를 내거나 식비를 지출한 사례도 있었다. 제주 전원유치원은 2015년 6월 광고비 명목으로 초등학교 총동창회비 50만원을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하는가 하면, 원장 개인 신용카드를 이용해 식사 대금과 교육용 물품을 구입한 뒤 1~3개월치를 일괄정산해 업무추진비로 지출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 유치원은 또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설계도면, 내역단가 산출서 등 구비서류를 갖추지 않고, 공사내역서도 없이 시설비를 집행하는 등 공사계약과 집행을 부적정하게 한 사실이 적발돼 중징계가 내려졌다.

일부 유치원은 교사가 아닌 이에게 교직수당을 지급하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유치원은 실제 교사로 일하지 않았는데도 800만원의 교직수당을 지급해 2015년 감사에서 적발됐다.

유치원 급식 관리를 비위생적으로 하다가 적발된 곳도 있었다. 대구 더좋은유치원은 급식실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보관하다 적발됐다. 또 아이들에게 부실한 급식을 제공해 2014년부터 2년9개월 동안 교육청의 집중 감사를 받기도 했다.

유치원 교사를 위한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전남 순천의 새싹유치원은 지난해 감사에서 교사 등 5명 전원의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에 수년씩 가입하지 않았다가 주의 처분을 받았다. 또 2014년부터 4년 동안 방과후 교육과 현장체험 학습을 위해 학부모가 부담하는 경비를 정산하지 않는 등 회계 업무 처리지침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과정을 임의로 운영한 곳도 있었다. 전남 목포의 노블키즈유치원은 2017학년도 수업일수를 애초 235일에서 229일로 줄이고도 계획변경에 필요한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받지 않는 등 절차를 지키지 않아 원장이 주의를 받았다.

김일우 허호준 안관옥 김영동 최상원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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