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구와 경남, 제주 교육청이 24일 비리가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의 실명과 감사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부산, 세종, 전남 교육청은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들의 실명과 감사 결과를 이미 인터넷 누리집에 올려 공개해온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나머지 11개 광역 시·도 교육청들도 25일 최근 5년간 감사 결과와 유치원 명단을 교육청 누리집에 실명으로 공개한다. ▶관련기사 3면

대구교육청은 이날 오전 10시 전체 사립유치원 255곳 가운데 감사에서 적발된 유치원 181곳의 명단과 감사 내용을 교육청 누리집에 올렸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2013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감사한 내용으로, 유치원 공금에서 개인보험료 1585만원을 납부하거나(동구 금빛유치원), 콘도미니엄 회원권을 구입하고(북구 침산아이엔지유치원), 개인 경조사비로 사용한(달성군 큰별유치원) 사례가 적시됐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국민 알 권리를 위해 교육부가 정한 감사자료 발표 시한을 하루 앞두고 명단과 자료를 공개했다. 사립유치원의 투명화를 위해 공립유치원이 사용하는 컴퓨터 회계시스템 도입이 절실하지만 사립유치원들의 저항이 심해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교육청도 2016년 8~9월 실시한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 명단을 이날 오전 누리집에 공개했다. 경남교육청도 2016년 특정 감사 때 각종 위법 사례가 적발된 유치원 21곳의 명단을 이날 오후 누리집에 올렸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사립유치원 종합 대책 발표 하루 전인 이날 오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부산지회는 긴급모임을 열어 29일부터 집단 휴업하고 내년도 신입 원아 모집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가 이날 저녁 철회했다. 부산시교육청이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집단 휴업 강행 시 정원 및 학급 감축, 유아모집 정지, 재정 지원 차등화에 나서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단체들은 사립유치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적반하장’이란 반응을 보였다. 문혜선 대구 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장은 “비리 유치원들이 먼저 자숙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 다음 투명한 회계처리 시스템 등 비리에 대한 제어장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구대선 허호준 김광수 기자 sunny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