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경북 군위·의성군 노인들의 사회·정치 의식
“MB정부 기초노령연금 잘 실시”
실제 참여정부서 제정한것 몰라
SNS 아예 모른채 입소문에 의지
“문재인 지지” 2% “안철수 지지” 0%
“MB정부 기초노령연금 잘 실시”
실제 참여정부서 제정한것 몰라
SNS 아예 모른채 입소문에 의지
“문재인 지지” 2% “안철수 지지” 0%
“박정희때 의료보험 등 시작 탓에
그때 향수 박근혜에 그대로 쏠려”
“다른 세력서 진정한 복지 하면
보수로 일관된 인식도 바뀔 것” 경북 군위·의성·청송군은 하나의 선거구를 이룬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이곳에서 당선됐다. 김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명예 회복’을 전면에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지난 9월23일 김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일을 사과하더라도 실제 속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가 논란 끝에 당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그를 지역 대표로 뽑은 군위·의성군에서 박정희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이는 그대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25일 <한겨레> 설문에 응답한 군위·의성군 65살 이상 노인 50명 중 72%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에 그쳤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꼽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노인계층은 국가 정책에 대한 순응성이 기본적으로 높은데다, (경북 노인들의 경우) 박 후보에 대한 투표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보은하려는 심리도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기억은 ‘성장과 복지에 대한 향수’와 관련이 깊다. 농촌경제가 붕괴한 이후, 노인들은 “나라가 보살펴 주던 때”로 그 시절을 회고했다.
“새마을 운동 때는 집도 새로 짓고 도로도 새로 닦고 뭐든 참 좋았지예.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그때로 돌아가겠지예.” 의성군 구천면 용사리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이점순(가명·72) 할머니가 말했다. 갖춰놓은 물건이 거의 없어 가게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허름한 곳을 지키는 할머니의 희망은 “박통을 닮은 박 후보”였다.
윤희웅 실장은 “박정희 시절 의료보험제도 등이 시작된 탓에 노인들은 그를 성장과 복지를 함께 달성한 인물로 여긴다”며 “박근혜 후보가 이런 기대를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바탕에는 복지에 대한 농촌 노인들의 갈구가 깔려 있다. 의성군 다인면 가원2리 황말순(가명·82) 할머니는 박 후보가 지난 8월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봤다. 황 할머니는 “아이들 공납금도 면제해준다고 해서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노인정책에 대한 평가를 보면 이런 정서가 더 분명해진다. <한겨레>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인 가운데 44%는 “이명박 정부가 노인정책을 잘 운영했다”고 답했는데, 대다수는 그 이유로 ‘기초노령연금제도 실시’를 꼽았다. 2008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 덕분에 일정 소득 이하의 65살 이상 고령자는 월 최대 9만4600원(부부는 월 최대 15만1400원)을 받게 됐다.
군위·의성 노인들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야를 설득해 기초노령연금법을 제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박근혜 후보 말고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역시 ‘성장과 복지’를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이곳 노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곳 노인들이 복지정책 등 정치 관련 정보를 접하는 경로는 제한돼 있었다.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점쳐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알고 있는 노인은 아예 없었고,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노인도 드물었다. 이웃에게 전해듣는 입소문이 시골 노인들에겐 절대적이었는데, 경북 군위·의성의 입소문은 박 후보와 관련된 우호적 이야기만 옮기는 듯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보수적인 경북 군위·의성 노인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라기보다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복지의 약속’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가난한 보수층이라 해도 고른 정보 습득의 기회를 갖는다면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가장 영향력이 큰 정보는 곧 ‘경험’인데, ‘진정한 복지’ 정책을 펴는 다른 정치세력이 이곳 노인들에게 복지 혜택을 경험하게 해준다면 보수로 일관된 이들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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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들이 요망하는 시골노인 정책
지난 10월12일부터 운영을 중단한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의 한 병원 응급실.
의성/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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