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의성군에는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군위군 내에서 2011년 유일하게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었던 군위병원은 재정난으로 응급실 문을 닫았다. 지난 10월12일 의성군 3개 병원도 같은 이유로 응급실 문을 닫았다.
이때문에 군위·의성군 노인들은 사고를 당하거나 갑자기 병이 나면 대도시로 실려가다 죽을 수도 있다.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의 김아무개(63)씨는 지난달 13일 밤 갓길을 따라 걷다 차량에 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김씨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사고 지점은 의성군 ㅇ병원으로부터 불과 800여m 떨어진 곳이었다. 그러나 바로 전날, ㅇ병원 응급실은 문을 닫았다. 김씨는 구급차로도 1시간 걸리는 상주시의 어느 병원에 실려갔으나, 출혈이 심해 결국 숨졌다.
사인은 뇌부종이었다. 나중에 소식을 전해들은 ㅇ병원장은 “뇌부종은 환자가 쇼크에 빠지지 않도록 빨리 지혈해야 하는데, 응급실에서 바로 처치를 받았다면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병원 응급실 운영지원 방침’을 바꿨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근거로 응급실에 당직 전문의를 두지 않는 병원에 대해선 응급실 운영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응급실마다 전문의를 배치해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중앙정부의 ‘탁상 행정’은 농촌 병원을 오히려 궁지로 몰았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농촌 지역 병원들은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를 응급실 야간당직으로 배치해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응급실을 운영할 경우 월 2천만원 안팎의 적자가 불가피한데 이를 정부 지원으로 메웠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 기준이 바뀌면서 시골 병원들은 야간 당직을 맡을 전문의를 새로 고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높은 임금의 전문의를 응급실에 배치하려면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드는데 새로 전문의를 구하기도, 기존 전문의에게 추가 노동을 요구하기도 힘들었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보면, 당직 전문의를 두지 않아 법적 기준에 미달한 지역 응급 의료기관은 전국 313곳 가운데 169곳(54%) 에 달한다.
결국 시골 병원들은 응급실 문을 닫았다. 의성군 ㅅ병원도 지난달 정부 지원과 연계된 응급실 운영권을 보건복지부에 반납했다. 이 병원 원장은 “적자를 감내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응급실을 운영해왔는데 정부 지원마저 끊겨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는 현장을 중시한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현장 중시냐”고 말했다. 지난해 이 병원 응급실에 온 심근경색·자살기도 등의 긴급 환자만 300여명이다. 대부분 60살 이상의 노인이었다. 이제 그만한 수의 농촌 노인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야 한다.
의성군의 모든 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한 지난달 12일 이후 보름여 동안, 의성소방서가 의성군내 응급 환자를 상주시 등 대도시로 이송한 건수는 87건에 달했다. 이중 몇 명이 이송중 숨졌는지 아직 통계조차 없다.
허재현, 조애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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