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향후 예상 행보
이건희 배임유죄-삼성 앞날은
법적절차 끝난뒤 ‘경영권 승계작업’ 나설듯
구속면한 이 전회장 당분간 ‘커튼 뒤 경영’
법적절차 끝난뒤 ‘경영권 승계작업’ 나설듯
구속면한 이 전회장 당분간 ‘커튼 뒤 경영’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3년 원죄’를 결국 떨쳐내지 못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삼성그룹은 총수 일가의 법적·도덕적 부담을 짊어진 채, 새로운 체제로 전환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14일 삼성에스디에스(SDS)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유죄 판결로, 경영권 불법 승계를 둘러싼 삼성 총수 일가와 그룹의 법적·도덕적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실형과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10여년을 끌어 온 법적 논란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지난 5월 대법원이 삼성에버랜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이후, 불법 승계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상처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으로선 적잖은 타격을 입은 셈이다. 에버랜드 사건과 판박이인 에스디에스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것은, ‘개인 이건희’에 대한 형사처벌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수혜를 받은 ‘이재용 체제’의 적법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삼성이 법적인 공방에선 늘 승자였는데, 이번엔 완벽히 털어내지 못했다. 삼성으로선 두고두고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과도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경영 부담도 이른 시일에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구속을 면한 상태여서 ‘커튼 뒤’에서 그룹 경영을 사실상 좌우하는 관행과 형식상 해체된 전략기획실 등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그룹 경영의 구심점이 없는 체제를 지속하는 게 비즈니스 차원에선 득이 될 건 없지 않겠느냐. 하지만 승계 문제만 놓고 보면 현실적으로 삼성이 손해볼 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와 이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전무는 특별한 보직 없이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룹 차원에서 이 전무의 경영 성과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이재용 띄우기’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삼성이 당장에 큰 변화를 시도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불법 승계를 둘러싼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차근차근 승계 작업에 나설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삼성은 이미 올해 초 사장단 인사 때 ‘이재용 라인’을 대거 등용하며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전 회장이 “유익한 일에 쓰겠다”며 내놓은 차명주식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발표하거나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는 등 일단 ‘삼성의 긍정성’을 드러내는 여론 개선 작업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등 장기 과제 해결에도 순차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친기업적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우호적인 정치 환경을 십분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6월 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자녀들의 재산 분할 등 일부 변수가 남아 있지만, 제조와 금융을 모두 가지고 갈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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