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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판단 사실상 마침표 9년 끌다 결국 ‘면죄부’

등록 2009-08-14 19:29

숱한 의혹들 영구미제로…“신뢰타격 검찰·법원이 최대 희생자”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판결을 끝으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부자의 경영권 승계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이나 조준웅 특별검사가 대법원에 재상고할 수는 있지만, 재판부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따랐기 때문에 더는 법리를 놓고 다툴 여지가 없다.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에 대한 법적 논란은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이 전 회장 등 관련자 33명을 고발한 뒤 14일 파기환송심 선고까지 9년 넘게 이어졌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에스디에스(SDS) 사건은 재벌 체제의 부조리를 뚜렷이 드러내는 동시에, 사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기묘한 논리를 개발해 가며 ‘면죄부 발부’라는 비판을 스스로 불러들였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조사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다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2003년 12월에야 ‘대리인’에 불과한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을 기소했다. 에스디에스 사건은 “비상장 주식을 평가할 방법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모두 6차례 불기소 처분했다.

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이재용씨에게 배정한 것은 주주배정방식”이라든가 “저가 발행으로 인한 기존 주식의 가치 하락은 회사의 손해가 아니므로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등의 논리를 펴며 단죄를 회피했다. ‘검찰과 특검이 기소를 잘못했다’며 탓을 돌리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전 회장은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아슬아슬하게 무죄를 선고받았다. 변호사 시절 허·박 전 사장 사건의 1심 변론을 맡았던 이용훈 대법원장은 최초로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서 빠지는 기록을 남겼다. 앞서 대법원은 허·박 전 사장 사건에서도 시간을 끌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부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의혹 제기로 촉발된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금품 제공, 고가 미술품 구입 등 여러 의혹은 검찰에 이은 특검 수사에서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공정성과 신뢰에 큰 타격을 받은 검찰과 사법부가 이 사건의 최대 희생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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