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발행에 대해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유죄를 선고 받은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사옥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선 아니지만 최악 피했다” 평가…재계 “안타깝다”
삼성그룹 내부에선 긴장과 당혹, 안도감이 교차했다. 이건희 전 회장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아쉽지만, 실형과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법정 안팎에서 배임액이 면소 기준인 50억원을 훨씬 초과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때만 해도 그룹 임직원들 사이엔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1심과 똑같은 양형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은 아니다”라는 안도감 섞인 반응들이 나왔다. 삼성은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홍보성 자료 발표도 자제하며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1심에서 면소 판결,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던 사안이 유죄로 바뀌었는데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이 전 회장의 명예에 커다란 상처가 남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적용 범죄가 늘었음에도 항소심과 같은 형량이 나온 것은 ‘선방’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이 전 회장은 삼성에스디에스(SDS)의 손해액을 미리 변제하고 특별검사가 기소도 하지 않은 증여세 미납분 4800억원까지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구명 노력을 펼쳐 왔다. 그룹의 또다른 임원은 “최소한 이 전 회장이 다시 법정에 설 일은 이제 없어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의 공식적인 태도는 여전히 신중하다. 에버랜드 전 경영진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고, 삼성에스디에스 사건도 어느 한쪽이 재상고할 경우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법적 논란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는 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게 어렵다는 속내를 여러 차례 비쳐 왔다. 경제계 단체들은 일제히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다. 대한상의는 이날 논평에서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왔던 이 전 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은 삼성의 대외 신인도와 경제인들의 기업가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국가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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