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살림살이 나아졌나
자산가치 하락에 매출감소·임금삭감·고용불안…
실망 크지만 집권 1년밖에 안돼…좀더 지켜봐야
자산가치 하락에 매출감소·임금삭감·고용불안…
실망 크지만 집권 1년밖에 안돼…좀더 지켜봐야
MB지지자 20명에게 들어보니
오는 25일이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된다. <한겨레>는 ‘이명박 정부 1년’의 행적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살림살이 나아졌나’ 1·2, ‘세상살이 자유로워졌나’, ‘실용인가 이념인가’ 등의 주제로 모두 4차례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고, 현 정부 출범 뒤 추진된 감세나 부동산 규제완화와 같은 정책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 20명에게 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지지이유 1순위 ‘경제 살리기’ 이 대통령에 표를 던진 이유는 역시 ‘경제살리기’에 대한 기대가 가장 많았다. 전업주부인 곽아무개(65·경기 용인시 수지)씨는 “뉴페이스를 기대하기도 했고, 경제에 밝을 것 같기도 했다”며 “적어도 때묻은 정치인은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41·공인회계사)씨는 “도덕적으로 그다지 존경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실천능력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회고했다. 임대사업자 이아무개(46)씨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북한에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돌파력을 가지고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역시 ‘경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사업하는 사람이니, 어려운 경제를 풀어주는 게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불황에 경제 회복 기대 꺾여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가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는 탓인지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많이 접은 상태였다. 이씨는 “지금까지는 완전히 빵점”이라며 “경제대통령을 표방했는데, 경제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신촌의 5층짜리 빌딩 임대와 내 사업(제과점·미용실)으로 예전에는 한달에 1500만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1500만원 손실이 난다”며 “신촌 한복판 좋은 자리에서도 이런데 다른 곳은 오죽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 뿐 아니라 이들 대부분이 이번 불황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주식·펀드 등의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한데다,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에, 월급쟁이는 임금삭감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 대기업 임원 강아무개(72)씨는 “은퇴한 뒤 갖고 있던 주식은 반토막이 났고, 상가를 분양받았는데 지난해 세입자가 나간 뒤 아직도 안들어오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고소득 전문직들도 불황의 그늘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한의사 이아무개(40)씨는 “경제가 안좋으니까 사람들이 굳이 한의원까지 오지 않으려고 한다”며 “한의원 수입도 줄고 펀드도 40% 정도 손해가 났다”고 말했다. 남편이 치과의사인 전업주부 김아무개(45·송파구 잠실)씨는 “불경기 때는 환자들이 이가 아파도 끝까지 참았다가 오기 때문에 치과 수입이 30% 정도 줄었다”며 “여기에 아파트값이 30% 정도 떨어졌고, 펀드는 70%나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대기업 임·직원들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외국계기업 차장인 송아무개(37)씨는 “올해 연봉협상에서 임금이 동결됐고, 구조조정도 걱정된다”며 “더 괴로운 것은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불안감”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임원인 권아무개(50)씨는 “이번에 연봉이 삭감됐다”면서도 “다들 어려우니 뭐라고 불평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경제위기 “여건 탓”vs“MB탓”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은 현 정부의 미숙한 경제운영이나 정책 탓이라기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외부환경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매출이 40% 정도 줄었다는 고아무개(41·식당 운영)씨는 “대통령 책임은 10% 정도라고 본다”며 “아직 집권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세계 경제 여건, 촛불집회, 전 정권의 경제실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박아무개(46·변호사)씨도 “세계 금융위기가 주요한 원인이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아무개(47·의사)씨는 “누가 집권했어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반면 정부의 대처능력과 정책 방향을 문제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아무개(47·금융회사 부장)씨는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정부 대처가 안이했고 시의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절반 이상은 정부 책임”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김씨는 “잘못된 환율정책과 집권 초기 경제관료들의 무능력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최아무개(42·전업주부·강남구 도곡동)씨는 “세계 정세를 모르고 너무 안일하게 낙관적으로 대처했고, 부적절한 대응을 한 경제부총리를 고수했다”고 꼬집었다.
송씨는 “경제위기 책임은 외부 요인이 크지만, 위기를 해결하려는 대책에 문제가 있다”며 “특히 토목 건설 쪽에 치우치는 정책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종부세 완화는 잘한 일…인사정책은 실망 정부가 지난 1년간 추진했던 종부세 완화를 비롯한 감세 정책,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의 뜻을 밝혔다. 종부세 대상자였던 사람들은 종부세 납부액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임대사업자 이씨는 “그 전에는 몇백만원씩 종부세를 냈는데 이번에 10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주부 곽씨는 이번 정부 들어 종부세 면제 대상이 됐다. 김아무개(49·시행사 사장)씨는 “부자들이 돈을 많이 써야 서민들이 잘 살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종부세 완화와 감세정책은 적극 찬성”이라고 말했다. 권씨도 “이중 삼중의 처벌성 부동산세제를 개편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부자와 기득권층도 엄연히 세금내는 국민인데, 합리적 근거없이 부자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큰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김아무개(38·의사)씨는 “돈이 있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투자를 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감세정책으로 자본이 돌고 투자가 활성화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인사 정책이나 의사소통 방식 등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곽아무개(57·공기업 간부)씨는 “싫은 사람도 능력이 있으면 써야 하는데, 자기 사람만 썼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이라고 말했다. 강아무개(46·중소기업 사장)씨는 “경영인 출신이라 그런지 본인이 결정하면 다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회, 야당을 달래고 협조를 구해서 일을 풀어가는 정치적 감각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사장인 이아무개(60)씨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솔선수범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한 것은 잘했다고 보는데, 국민과의 소통에는 실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주부 김씨는 “특목고, 자사고 등을 많이 만들어 너무 일찍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몬다”며 “중학생인 내 아이를 보면 불쌍하다”고 말했다.
■아직 평가 일러…“앞으로 잘할 것” 실망한 점도 있지만 이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1년밖에 안됐고, 세계 경제 등 주변 여건이 안좋았던 만큼 이명박 정부가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부 곽씨는 “흡족한 것도 없지만 너무 조급한 마음은 갖지 않는다. 이제까지 대통령들도 되자마자 너무 많은 걸 사람들이 원하면서 힘들지 않았냐”며 이 대통령에게 좀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대기업 임원 강씨는 “지금은 세계적 경제위기 때문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며 “정치의 도사라고 하더라도 1년 만에 뭔가를 이루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사 이씨는 “열심히 재정을 투입하고 지금 내놓은 대책들을 잘 실행하면 1년쯤 뒤에는 경제가 나아지리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투표해도 이명박을 찍겠다”고 말했다. 외국계기업 차장 송씨는 “아직까지 기대의 끈을 놓고 싶지는 않다”며 “포용하고 소통하는 정치를 해서, 특히 인사정책 등을 잘 풀어나가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경제부 종합
오는 25일이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된다. <한겨레>는 ‘이명박 정부 1년’의 행적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살림살이 나아졌나’ 1·2, ‘세상살이 자유로워졌나’, ‘실용인가 이념인가’ 등의 주제로 모두 4차례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고, 현 정부 출범 뒤 추진된 감세나 부동산 규제완화와 같은 정책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 20명에게 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지지이유 1순위 ‘경제 살리기’ 이 대통령에 표를 던진 이유는 역시 ‘경제살리기’에 대한 기대가 가장 많았다. 전업주부인 곽아무개(65·경기 용인시 수지)씨는 “뉴페이스를 기대하기도 했고, 경제에 밝을 것 같기도 했다”며 “적어도 때묻은 정치인은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41·공인회계사)씨는 “도덕적으로 그다지 존경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실천능력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회고했다. 임대사업자 이아무개(46)씨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북한에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돌파력을 가지고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역시 ‘경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사업하는 사람이니, 어려운 경제를 풀어주는 게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불황에 경제 회복 기대 꺾여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가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는 탓인지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많이 접은 상태였다. 이씨는 “지금까지는 완전히 빵점”이라며 “경제대통령을 표방했는데, 경제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신촌의 5층짜리 빌딩 임대와 내 사업(제과점·미용실)으로 예전에는 한달에 1500만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1500만원 손실이 난다”며 “신촌 한복판 좋은 자리에서도 이런데 다른 곳은 오죽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 뿐 아니라 이들 대부분이 이번 불황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주식·펀드 등의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한데다,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에, 월급쟁이는 임금삭감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 대기업 임원 강아무개(72)씨는 “은퇴한 뒤 갖고 있던 주식은 반토막이 났고, 상가를 분양받았는데 지난해 세입자가 나간 뒤 아직도 안들어오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고소득 전문직들도 불황의 그늘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한의사 이아무개(40)씨는 “경제가 안좋으니까 사람들이 굳이 한의원까지 오지 않으려고 한다”며 “한의원 수입도 줄고 펀드도 40% 정도 손해가 났다”고 말했다. 남편이 치과의사인 전업주부 김아무개(45·송파구 잠실)씨는 “불경기 때는 환자들이 이가 아파도 끝까지 참았다가 오기 때문에 치과 수입이 30% 정도 줄었다”며 “여기에 아파트값이 30% 정도 떨어졌고, 펀드는 70%나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대기업 임·직원들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외국계기업 차장인 송아무개(37)씨는 “올해 연봉협상에서 임금이 동결됐고, 구조조정도 걱정된다”며 “더 괴로운 것은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불안감”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임원인 권아무개(50)씨는 “이번에 연봉이 삭감됐다”면서도 “다들 어려우니 뭐라고 불평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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