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살림살이 나아졌나
연락끊긴 자식 있다고…기초 수급대상서 제외
성장률 -3%땐 절대빈곤층 100만명 이상 늘어
연락끊긴 자식 있다고…기초 수급대상서 제외
성장률 -3%땐 절대빈곤층 100만명 이상 늘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년 간 민생 현장을 찾은 것은 모두 11차례. 대부분의 일정은 언론에 크게 취급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노점상 ‘목도리 할머니’와 지난 5일 129콜센터에서 통화한 ‘봉고차 모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언론에 서민층을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 대통령이 펼치는 정책도 정말 그런 것인가.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행례(78) 할머니와 서울 화곡동에서 분식점을 하는 서아무개(48·여)씨의 사례를 통해 이명박 정부 서민정책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았다.
‘복지 사각지대’ 차상위계층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디 …. 아들이 공장 다니는갑다고, 나라에서 돈을 못 준다고 하드만.” 지난 19일 저녁 김행례(78·사진) 할머니는 광주 광산구 송정2동 골목길가 냉기 서늘한 10㎡ 비좁은 방에 웅크리고 있었다.
당뇨 합병증에 시력을 잃어 장애1급 판정으로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은 지 2년 만인 지난해 7월, 김 할머니는 기초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아들(47)이 경기도 한 공장에 취직했는지 수입이 생겼기 때문에, 더 지원해 줄 수 없다는 게 동사무소 쪽 설명이었다. “미혼인 아들이 할머니와 한 가족을 이루고 있어요. 근데 아들이 돈을 번다는 기록이 나온 거죠. 부양 책임자가 있으니 기초수급 지원이 끊기게 된 겁니다.” 인근 민간노인복지센터 박기연(55·여) 소장은 가슴을 쳤다.
그 아들은 3년 전 카드빚 2천만원을 졌다며 갑자기 찾아와, 김 할머니가 우렁 잡아다 팔아 모은 쌈짓돈마저 가져간 뒤로 소식이 끊겼던 터다. “당최 연락이 없응께 죽었능가, 살았능가 난 몰라. (나라에서) 돈을 안 주믄 나 같은 눈 먼 사람은 죽으란 말인가 ….”
4남2녀 자녀들이 있어도 김 할머니를 도울 여력은 달리기만 한다. 큰아들은 “탄광에서 일하다가 석탄가루 때문인지 이유도 모른 채” 5년째 입원 중이다. 작은딸과 사위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다른 자녀들도 사정은 비슷해 연락조차 끊긴 지 오래다.
김 할머니처럼 재산이나 소득은 밑바닥인데도 ‘연락 끊긴 자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못 받는 사람이 103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보건복지가족부의 ‘2007년 차상위계층 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나 있다. ‘봉고차 모녀’처럼 소득이 거의 없는데도 봉고차 같은 재산이 있다거나 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람도 144만명으로 추정된다. 최저 생계선을 넘나드는 ‘차상위계층’은 지난 1년 더 늘어 25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도울 대책이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개선됐다는 기미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대통령의 ‘긴급 지원 약속’만 들렸을 뿐이다. 봉고차 모녀는, 보건복지 종합상담센터(129콜센터)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전화로 신속한 지원을 약속한 뒤 민간 모금 등에 힘입어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긴급 지원이 몇몇 ‘개별 사례’에 그칠 뿐, 빈곤층 생계를 뒷받침할 제도의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명박 정부 복지정책의 결정적 한계로 꼽힌다. 전은경 참여연대 노동복지팀장은 “봉고차 모녀 가정이 봉고차 때문에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했듯 재산기준 설정 등에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결국 차를 팔도록 해 기준에 끼워 맞춘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에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어 예산 확충이 시급한데도 현 정부는 굼뜨기만 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하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절대 빈곤층이 총인구의 14.48%(그림)로 늘어난다는 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추정이다. 김미곤 기초보장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던 것보다 절대 빈곤층 비율이 2%포인트 높아져, 원래 예상보다 빈곤층이 100만명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복지 예산은 2008년이나 2009년이나 큰 차이가 없다. 기존 빈곤층에다 더 늘어날 이른바 ‘신빈곤층’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지만 그럴 ‘의지’가 과연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태수 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현 정부는 경제성장만을 염두에 두고 복지 정책은 뒷전으로 미룬 지 오래”라며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에게 주는 일시적 지원 등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김 할머니는 원망할 법도 하건만, 여전히 아들 걱정이 컸다. 다른 아들이 3년 전엔가 세상을 저버렸다는 걸 최근 알게 됐기 때문이다. “공장서 일한다던디, 언젠가 들러 용돈 쥐어 주고 가더라고. 한참 연락이 없었제. 나중에 본께 (유서에)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런 말만 썼다고 그래 ….” 기초생활 지원이 끊긴 뒤 기초노령연금 8만여원, 장애수당 12만원을 받는다. 허리와 기관지가 좋지 않고, 방광염도 심하다. 병원비에 전기·수도요금을 내고 나면 끼니 때우기도 빠듯하다. 이웃들과 지역 교회가 쌀·김치 등을 챙겨줘 “굶어죽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가 오전에 다녀가면 김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줄곤 ‘듣는다’. 자식들 소식이라도 들릴까 해서다. 그런데 “요즘엔 마음이 불편해서 못 본다”고 했다. 경제난에 잇따른 자살 뉴스 때문이다. “얼마전 ○씨가 목매 자살했다고 그래야. 우리 ○○이 죽은 거 아닌가? 죽었는디 나한테 말 안 해 주는 것 아녀?” 박기연 소장은 “할머니도 봉고차 모녀처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광주/글·사진 정유경,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선생님 내쫓은 학교에 절망” ‘검은옷 졸업식’
▶ 물가 뛰는데 매출 반토막… 대통령, 서민사정 너무 몰라
▶ 부자감세 ‘빠짐없이’…복지·비정규직 해법 ‘뒷전’
▶ 곽승준 “‘촛불’ 뒤 반대전선…대통령 기회놓쳐 안타깝다”
▶ 세계 명차들의 ‘무한도전’
김 할머니처럼 재산이나 소득은 밑바닥인데도 ‘연락 끊긴 자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못 받는 사람이 103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보건복지가족부의 ‘2007년 차상위계층 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나 있다. ‘봉고차 모녀’처럼 소득이 거의 없는데도 봉고차 같은 재산이 있다거나 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람도 144만명으로 추정된다. 최저 생계선을 넘나드는 ‘차상위계층’은 지난 1년 더 늘어 25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도울 대책이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개선됐다는 기미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대통령의 ‘긴급 지원 약속’만 들렸을 뿐이다. 봉고차 모녀는, 보건복지 종합상담센터(129콜센터)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전화로 신속한 지원을 약속한 뒤 민간 모금 등에 힘입어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5
하지만 이런 긴급 지원이 몇몇 ‘개별 사례’에 그칠 뿐, 빈곤층 생계를 뒷받침할 제도의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명박 정부 복지정책의 결정적 한계로 꼽힌다. 전은경 참여연대 노동복지팀장은 “봉고차 모녀 가정이 봉고차 때문에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했듯 재산기준 설정 등에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결국 차를 팔도록 해 기준에 끼워 맞춘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에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어 예산 확충이 시급한데도 현 정부는 굼뜨기만 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하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절대 빈곤층이 총인구의 14.48%(그림)로 늘어난다는 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추정이다. 김미곤 기초보장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던 것보다 절대 빈곤층 비율이 2%포인트 높아져, 원래 예상보다 빈곤층이 100만명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복지 예산은 2008년이나 2009년이나 큰 차이가 없다. 기존 빈곤층에다 더 늘어날 이른바 ‘신빈곤층’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지만 그럴 ‘의지’가 과연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태수 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현 정부는 경제성장만을 염두에 두고 복지 정책은 뒷전으로 미룬 지 오래”라며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에게 주는 일시적 지원 등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김 할머니는 원망할 법도 하건만, 여전히 아들 걱정이 컸다. 다른 아들이 3년 전엔가 세상을 저버렸다는 걸 최근 알게 됐기 때문이다. “공장서 일한다던디, 언젠가 들러 용돈 쥐어 주고 가더라고. 한참 연락이 없었제. 나중에 본께 (유서에)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런 말만 썼다고 그래 ….” 기초생활 지원이 끊긴 뒤 기초노령연금 8만여원, 장애수당 12만원을 받는다. 허리와 기관지가 좋지 않고, 방광염도 심하다. 병원비에 전기·수도요금을 내고 나면 끼니 때우기도 빠듯하다. 이웃들과 지역 교회가 쌀·김치 등을 챙겨줘 “굶어죽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가 오전에 다녀가면 김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줄곤 ‘듣는다’. 자식들 소식이라도 들릴까 해서다. 그런데 “요즘엔 마음이 불편해서 못 본다”고 했다. 경제난에 잇따른 자살 뉴스 때문이다. “얼마전 ○씨가 목매 자살했다고 그래야. 우리 ○○이 죽은 거 아닌가? 죽었는디 나한테 말 안 해 주는 것 아녀?” 박기연 소장은 “할머니도 봉고차 모녀처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광주/글·사진 정유경,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선생님 내쫓은 학교에 절망” ‘검은옷 졸업식’
▶ 물가 뛰는데 매출 반토막… 대통령, 서민사정 너무 몰라
▶ 부자감세 ‘빠짐없이’…복지·비정규직 해법 ‘뒷전’
▶ 곽승준 “‘촛불’ 뒤 반대전선…대통령 기회놓쳐 안타깝다”
▶ 세계 명차들의 ‘무한도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