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미래대행진’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국토대장정 미래대행진’에 참석해 서울 광화문에서 시청앞 광장까지 행진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독립유공단체 “민족해방 뜻 외면” 정부행사 불참
야3당, 김구묘역 공동참배 “건국절은 역사 왜곡”
야3당, 김구묘역 공동참배 “건국절은 역사 왜곡”
올해 8·15 경축행사가 ‘광복절이냐, 건국절이냐’의 갈등 끝에 결국 정부와 독립유공 단체가 따로 기념식을 치르는 파행을 겪었다. 그동안 정치적 대립 등을 이유로 야당과 일부 보수단체가 정부의 경축 행사를 거부한 적은 있지만, 독립유공 단체가 정부의 8·15 경축식 성격을 문제 삼아 불참을 선언하고 따로 행사를 치른 것은 드문 일이다.
정부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삼부요인, 김영삼 전 대통령,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독립유공자 후손, 주한 외교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63주년 광복절 및 건국 60년 중앙경축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독립유공자 유족회, 항일독립운동 단체협의회 등 독립유공 단체들은 “정부의 건국 60년 기념은 역사 왜곡”이라며 행사에 대거 불참했다. 광복회도 애초 “건국절로 치러지는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불참을 선언했으나, 정부가 경축행사 명칭을 ‘건국 60년 및 제63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제63주년 광복절 및 건국 60년 중앙경축식’으로 바꾸겠다고 하는 등 광복회의 요구 조건을 일부 수용하자, 이를 받아들여 행사에 참여했다.
정부의 경축식 참여를 거부한 독립유공 단체들은 대신 이날 오전 서울 탑골공원에서 ‘광복 63주년 기념 국민대회’를 따로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윤기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장의 딸 윤경자씨와 최동호 임정 법무총장의 손자 최인국씨, 김상덕 임정 문화부장의 아들 김정육씨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1949년 지정된 광복절은 온 국민이 순국선열의 뜻을 기리며, 민족 해방을 함께 기뻐하던 축제의 날이었다”며 “이런 뜻깊은 날을 건국절로 바꾸고, 이 뜻깊은 행사를 건국 60주년 기념행사로 바꾸려는 이명박 정부의 시도는 국가의 운영 원칙인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7일 정부의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 사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건국 60년 사업의 즉시 중단 결정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행사가 정부와 민간, 두 쪽으로 나뉘어 치러진 것은 국민적 합의 과정 없이 ‘건국 60년’ 행사를 강행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건국 60년’이 강조될 경우 일제 침략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보다 해방 공간에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주도한 이승만 계열이 ‘건국 인사’로 칭송될 수밖에 없는 등 역사 왜곡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국사학)는 “이명박 정부의 뜬금없는 ‘건국절 공세’로 뜻깊은 광복 행사 둘로 나뉘어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민족적 자긍심조차 훼손당하고 있다”며 “보수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광복의 참뜻을 왜곡하는 역사 앞에 부끄러운 죄과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세 야당도 이날 정부의 경축 행사에 불참하고, 대신 서울 효창공원 백범 김구 묘역을 함께 참배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광복절을 건국절이라고 역사 왜곡하려는 기도를 분명히 좌절시키겠다”며 “이 정권은 국민통합을 통해 민생과 국제 경쟁력 강화에 차질 없도록 역할해야 한다. 국론을 분열하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동조하거나 함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익림 이지은 길윤형 기자 choi21@hani.co.kr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세 야당도 이날 정부의 경축 행사에 불참하고, 대신 서울 효창공원 백범 김구 묘역을 함께 참배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광복절을 건국절이라고 역사 왜곡하려는 기도를 분명히 좌절시키겠다”며 “이 정권은 국민통합을 통해 민생과 국제 경쟁력 강화에 차질 없도록 역할해야 한다. 국론을 분열하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동조하거나 함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익림 이지은 길윤형 기자 choi21@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