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색 타개할 구체적 대북메시지 없어
일본엔 “우를 결코 범해서는 안될것…” 뿐
일본엔 “우를 결코 범해서는 안될것…” 뿐
이명박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꽉막힌 남북관계를 풀 구체적 처방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등 나름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유감스러운 금강산 피격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면적 대화와 경제 협력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사건과 남북관계 일반의 분리 대응’이라는 정부 기조 및 7월1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대화 의지’의 재확인이다.
이 대통령은 “다른 길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을 우회하거나 뛰어넘고 싶지 않다. 남과 북 모두가 함께 잘사는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핵·개방·3000 구상’을 제끼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공식 이름으로 채택된 ‘상생과 공영’ 의지의 피력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흡수통일을 꾀하지 않겠다는 간접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한이 통일되면 한반도는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유라시아-태평양 시대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베리아 자원개발 및 자원외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통령이 “6자 회담과 국제협력의 진전에 따라 실질적인 대북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해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쪽이 ‘선핵폐기론’이라며 비난해온 ‘비핵·개방·300 구상’ 대신에 ‘실질적 대북 경협 프로그램’을 강조함으로써, 운신의 폭을 넓히려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타개할 구체적 대북제안이 없고, 무엇보다 6·15 및 10·4선언 존중·이행 의지의 공식 표명이 없어 당장 북쪽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지난달 시정연설을 발판으로 광복절 경축사에서 좀 더 전향적 언급을 기대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일본도 역사를 직시해서 불행했던 과거를 현재의 일로 되살리는 우를 결코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취지의 문구를 명시한 것에 대해선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독도문제와 양국 관계를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8·15경축사라는 계기성을 고려할 때 대일 메시지가 너무 빈약하다”며 “이 대통령이 경축사 앞머리에서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라고 대대적으로 강조한 반면, 광복 63년에 대해선 경축사 끝부분에 살짝 언급한 역사인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제훈 권혁철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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