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2달전 발표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론은 지난 6월 일본 후쿠다 총리가 발표한 ‘후쿠다 비전’을 떠올리게 한다. 장기불황의 터널을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일본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방안의 하나로 ‘저탄소 사회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본 정부가 ‘쿨 어스(Cool Earth) 50’ 보고서를 낸 데 이어, 올해 후쿠다 총리가 ‘저탄소사회 일본을 지향하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밝혔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보다 60~80%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차, 태양광 발전 등 환경·에너지 분야의 21개 핵심기술 개발 추진 일정도 내놓았다. 태양광 발전을 2020년까지 현재의 10배, 2030년까지 30배로 늘린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론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높고, 에너지 효율이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그동안 소홀히 다뤄온 과제를 늦게나마 잘 끄집어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고유가는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13년이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이란 짐보다 “10년, 20년 먹고 살 거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지나치게 앞세웠고, 추진 계획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이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현재의 2% 남짓에서 2030년 11%, 2050년 20% 이상으로 높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그린홈’을 임기 안에 100만 가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카’(친환경차)를 집중육성해 세계 4대 그린카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4일 ‘일본의 저탄소사회 전략의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일본은 에너지 분야 기술개발에 미국(30억달러)보다 많은 한해 39억달러를 투입한다”며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기술개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이에 바탕을 두고 정부가 연구개발투자를 이들 분야에 중점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투자 예산은 최근 몇 해동안 크게 늘려왔음에도 올해 2079억원(보급사업 포함 5326억원)에 그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력도 선진국의 71% 수준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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