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사흘째 서울 수서동 삼성증권 전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 관계자 등이 2일 전산센터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압수수색 대비 직원들 피시 보안점검
삼성증권 외에 다른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도 내부 보안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에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광범위한 증거 인멸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옛 삼성전관)의 한 직원은 2일 “업무용 피시에 각종 문서들을 ‘개인 보관함’에 넣어 두고 사용하는데, 회사에서 지난 목요일부터 이들 문서를 프린터로 출력하는 기능을 폐쇄했다”며 “문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삼성증권을 압수수색하기 전날에는 사내 통신망에 개인 신상 정보가 들어 있는 ‘HR 파트너’ 항목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이런 내부 보안 강화는 검찰의 압수수색 훨씬 전부터 광범위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제조 계열사의 한 임원은 “한 보름 전쯤에 계열사별, 부서별 특성에 맞게 보안 점검을 강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본사 지원 업무 쪽의 보존 연한이 지난 문서들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의 한 간부도 “이미 일주일 전에 개인별 업무용 피시를 전산부서 쪽에서 모두 스크린했다”며 “정기 보안 점검이라고 해 그런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증권 역시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이기 열흘 전에 모든 부서에 대해 일제 보안점검을 벌인 바 있다.
임직원들에 대한 ‘입단속’도 부쩍 강화됐다. 삼성에스디아이의 한 직원은 “최근에는 구내 식당에서 뉴스 대신 음악만 틀어주고, 인터넷에서도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 사이트는 볼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에스디아이는 “업무상 연관이 없는 외부 사이트는 원래부터 접근을 막고 있으며, 최근에 그 대상을 강화한 건 아니다”며 “사내 방송은 요즘 분위기를 고려해 운영 부서 차원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 정도라면 비리 의혹과 관련된 핵심 자료들은 이미 상당 부분 은닉·폐기됐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며 “검찰이 좀더 적극적으로 증거 보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하어영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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