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증권·SDS데이터센터 등 전격 압수수색
계열사 간부 “회사 정보팀서 PC 하드디스크 다 떼가”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지난 29일 미국으로 출국
계열사 간부 “회사 정보팀서 PC 하드디스크 다 떼가”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지난 29일 미국으로 출국
삼성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는 30일 삼성증권이 비자금 관련 증거를 조직적으로 없애고 있다는 단서를 잡고 서울 종로구의 삼성증권 본사 등 세 곳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아침 7시50분께부터 7시간 동안 삼성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또 오후 3시30분께부터 수서에 있는 삼성증권 전산센터와 과천의 삼성에스디에스 이데이터센터 두 곳을 추가로 수색했다.
김수남 특본 차장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관리 의혹과 관련해 삼성증권 임원 10여명의 사무실과 전략기획실, 전산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검사 6명과 수사관 60여명을 동원해 삼성증권 본사에서만 대형 박스 여덟 상자 분량의 자료를 압수했다. 압수물에는 2000년 1월부터 현재까지의 비자금 의혹 관련 문서, 주식매매 관련 자료, 업무분장·직제기구 자료와 임직원들의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 등도 포함됐다고 검찰이 밝혔다. 검찰은 삼성에스디에스 이데이터센터 등 두 곳은 전산자료의 양이 많아 압수수색을 며칠 계속할 예정이다.
검찰은 삼성 쪽이 검찰과 특검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조직적으로 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가 조성한 비자금을 삼성증권이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최근 관련 증거를 조직적으로 없애고 있다는 단서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삼성 계열사의 한 간부는 “이미 지난주부터 개인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회사 내 정보팀이 다 떼어갔다”고 말해 삼성의 증거인멸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28일에도 삼성증권 본사 쪽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압수수색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한 차례 기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쪽은 삼성증권 압수수색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2001년부터 3년 동안 삼성증권 사장을 지냈던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 29일 오전 11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현재 재직 중인 로펌 일과 관련해 회의 참석차 뉴욕에 온 것으로, 오는 3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에스디아이(옛 삼성전관)의 구매 담당팀에서 일했던 강부찬씨는 최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에스디아이에서 1992년부터 99년까지 해외 비자금을 만드는 일을 했다”며 “이 기간에 직접 조성하고 목격한 비자금 규모만 3천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11월26일 김용철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계열사간 해외거래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증거라며 공개한, 삼성물산과 삼성전관 타이베이 지점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에 삼성전관의 구매담당자로 서명한 인물이다. 고제규 김경락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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