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의 검찰 수뇌부 -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 2명의 체포영장을 기각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수 중수부장, 채동욱 수사기획관, 정상명 검찰총장, 김태현 감찰부장, 임승관 대검차장. (연합뉴스)
검찰, ‘사상 처음’ 보충 없이 론스타 영장 당일 재청구
“아니 뭐 남의 장사하는데 아침마다 소금도 아니고 인분을 들이붓는….”(검찰 고위 간부)
“체포에 대한 소명도 뚜렷한 게 아니고, 불구속한다고 수사가 안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법원 영장전담 판사)
검찰의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물밑에 잠복해 있던 검찰과 법원 사이의 감정싸움을 되살리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법원이 3일 새벽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론스타 경영진 7명의 구속·체포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한 데 맞서 검찰은 이날 이들에 대한 영장을 다시 청구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영장이 기각된 당일에 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검찰 사상 초유의 일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장 내용 보강없이 재청구한 것은 "검찰 사상 최초의 일"로 “(법원의 기각 사유에 대해) 그만큼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총장, 이례적 수사팀 긴급회의 소집
과거에도 검찰이 ‘자존심’을 걸고 영장을 재청구한 사례는 많았지만, 관련 기록을 보강한다거나 구속이 필요한 사유를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히 적는 등 ‘뜸들이기’의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영장을 청구한 당사자인 수사팀에서는 “(법원의 영장기각은) 코미디”라는 식의 감정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증거자료 보충 없이 론스타 본사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 및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의 체포영장과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달라진 게 없는 같은 영장이라면, 법원이 다시 이를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로서는 ‘망신’을 당할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사건은 다르지만 과거 나라종금에서 금품을 받은 안희정씨의 구속영장도 거듭해서 두 차례나 기각당한 사례가 있다. 검찰, 영장부터 밀리면 수사권 큰 타격 판단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곧바로 영장 재청구를 강행한 것은, 검찰 내부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9월 현직 고법 부장판사(차관급)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 이후, 법원에서 주요 사건의 영장을 기각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체계가 공판중심주의로 흘러가기 때문에 법원의 권한 강화야 어쩔 수 없겠지만, 영장 단계에서부터 밀리면 수사권 자체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개별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수사팀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법원, “처벌과 구속은 별개…구속안했다고 엄벌 못하는 것 아니다” 한편, 법원은 “처벌과 구속은 별개이고, 구속하지 못한다고 해서 엄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영장에 청구된 당해 범죄사실(증권거래법 위반) 수사에 유회원의 구속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을 통해 봤을 때,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 론스타 쪽의 위계가 있었음을 검찰이 잘 밝혀낸 훌륭한 수사같다”며 “하지만, 이 시점에 유씨의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민병훈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1시께 론스타의 쇼트 부회장과 톰슨 이사의 체포ㆍ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행의 죄질, 피해 정도와 관련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이들이 출석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에 불응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체포에 대한 소명도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 일각, “별건 구속뒤 정관계 로비 진술 얻어내려는 의심 든다” 또, 익명을 요구한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사실, 검찰이 유회원씨를 구속시키고고 론스타 수사 본체라고 말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관계에 있어서의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한 진술을 얻어내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이럴 경우 유씨 영장은 당연히 기각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이 주요 관련자를 별건으로 구속한 뒤, 애초 목표했던 사건과 관련한 자백을 받으려는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민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기각 사유와 일문일답이다.
<한겨레> 석진환, 고나무 기자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증거자료 보충 없이 론스타 본사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 및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의 체포영장과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달라진 게 없는 같은 영장이라면, 법원이 다시 이를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로서는 ‘망신’을 당할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사건은 다르지만 과거 나라종금에서 금품을 받은 안희정씨의 구속영장도 거듭해서 두 차례나 기각당한 사례가 있다. 검찰, 영장부터 밀리면 수사권 큰 타격 판단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곧바로 영장 재청구를 강행한 것은, 검찰 내부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9월 현직 고법 부장판사(차관급)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 이후, 법원에서 주요 사건의 영장을 기각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체계가 공판중심주의로 흘러가기 때문에 법원의 권한 강화야 어쩔 수 없겠지만, 영장 단계에서부터 밀리면 수사권 자체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개별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수사팀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법원, “처벌과 구속은 별개…구속안했다고 엄벌 못하는 것 아니다” 한편, 법원은 “처벌과 구속은 별개이고, 구속하지 못한다고 해서 엄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영장에 청구된 당해 범죄사실(증권거래법 위반) 수사에 유회원의 구속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을 통해 봤을 때,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 론스타 쪽의 위계가 있었음을 검찰이 잘 밝혀낸 훌륭한 수사같다”며 “하지만, 이 시점에 유씨의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민병훈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1시께 론스타의 쇼트 부회장과 톰슨 이사의 체포ㆍ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행의 죄질, 피해 정도와 관련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이들이 출석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에 불응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체포에 대한 소명도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 일각, “별건 구속뒤 정관계 로비 진술 얻어내려는 의심 든다” 또, 익명을 요구한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사실, 검찰이 유회원씨를 구속시키고고 론스타 수사 본체라고 말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관계에 있어서의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한 진술을 얻어내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이럴 경우 유씨 영장은 당연히 기각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이 주요 관련자를 별건으로 구속한 뒤, 애초 목표했던 사건과 관련한 자백을 받으려는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민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기각 사유와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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