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론스타의 주장 비교
매각과정 불법 확신 불구 물증 확보 못한듯
검찰이 2일 이강원(56) 전 외환은행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 전 행장 등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 때 외환은행의 부실을 부풀렸을 뿐만 아니라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 부실을 더 추가해 외환은행의 가치를 낮게 잡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매각협상 기준 가격을 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최고 경영자라면 외환은행을 팔더라도 되도록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정반대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 전 행장이 2003년 7월 외환은행의 경영상황이 호전돼 이사들이 신주 발행값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자 “액면가 이하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등 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을 의도적으로 낮게 잡아, 은행 인수 자격이 없던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길을 터줬다고 보고 있다. 이 전 행장은 론스타 이외에 다른 전략적 투자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에는 “13~14곳의 투자자를 접촉했다”고 보고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이런 보고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검찰은 변양호(52·구속)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비밀스런 협상을 묵인하거나 비아이에스 비율을 낮춰 잡는 데 공모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금감원이 외환은행의 2003년 말 비아이에스 비율을 8.44~9.14%로 전망한 공식 내부 자료가 있었는데도, 외환은행에 다시 6.16%를 제출하게 한 뒤 비관적 시나리오를 강조한 보고서를 작성해 금감위 간담회에 보고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전망치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금감원이 외환은행이 낸 전망치의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론스타는 은행법 8조2항의 예외조항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이 전 행장의 배임 혐의가 드러난 감사 결과를 넘겨 받은 뒤부터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사실관계 외에 매각의 ‘동기’와 ‘배후’를 캐는 데 주력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변 전 국장과 이 전 행장 선에서 외환은행 매각이 결정됐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비를 입증할 확실한 단서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와 금감원 등은 “당시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과 소신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997년 외환위기 책임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던 강경식 전 부총리 등이 정책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전례를 이들 관계자들이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진표(59) 전 경제부총리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권오규(54) 부총리, 이정재(60) 전 금감위원장 등 전·현 고위 경제관료를 조사했다. 조만간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앤장’의 고문이었던 이헌재(62) 전 부총리도 조사할 방침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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