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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망연자실ㆍ분노…마침내 폭발한 검찰

등록 2006-11-03 16:27수정 2006-11-03 16:37

굳은 표정의 검찰 수뇌부 -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 2명의 체포영장을 기각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수 중수부장, 채동욱 수사기획관, 정상명 검찰총장, 김태현 감찰부장, 임승관 대검차장. (연합뉴스)
굳은 표정의 검찰 수뇌부 -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 2명의 체포영장을 기각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수 중수부장, 채동욱 수사기획관, 정상명 검찰총장, 김태현 감찰부장, 임승관 대검차장. (연합뉴스)
검찰 “사법 쿠데타 수준이다. 구속제도를 아예 없애버려라”
최근 잇따른 영장 기각에도 공식 브리핑은 자제해온 검찰이 론스타 미국 본사 임원의 체포영장과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심야에 벌어진 론스타 경영진의 영장 기각 상황을 3일 출근 후 보고 받고서는 박영수 중수부장과 채동욱 수사기획관, 최재경 중수1과장, 오광수 중수2과장, 실무 검사 등 론스타 수사팀을 긴급 소집했다.

검찰총장이 피의자 영장 기각을 이유로 중수부 수사팀과 머리를 맞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검찰이 느끼는 위기감, 분노, 비장함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 중수부장은 회의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웃음이 나오지를 않는다"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오후 브리핑에서 예정과 달리 박 중수부장이 직접 추가 혐의 소명 없이 그대로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국 검찰의 특수부를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의 공식 브리핑이라는 점에서 향후 일선 검사들에게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을텐데도, 중수부 간부들은 검사들의 좌절감과 불만, 법원에 갖고 있는 불신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박 부장은 "관행, 해석을 통해 형성된 영장 발부 요건 기준이 최근 지나치게 확대해석돼 수사에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며 법원의 영장 기각에 문제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기회에 영장심사 결정에 불복하는 시스템도 적극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문제삼았다.


언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절제된 표현으로 검찰의 입 역할을 했던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도 여느 때와 달리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채 기획관은 "시장에 대한 살인 행위라고까지 불리는 중대 범죄인 주가조작 범죄, 그것도 피해규모가 수백억 원인 범죄 혐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외롭다.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떻게 검찰만의 일이냐. 법원이 주책임자인데. 왜,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영장을 기각했는지 묻고 싶다"며 검찰이 느끼는 고립감도 드러냈다.

주임 검사라는 점 때문에 언론과 접촉을 피해 온 최재경 중수1과장도 이날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론스타가 주가를 왜곡하는 건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고 일본에서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그런 행위를 한 것을 수사해서 밝혀냈다"며 "수사검사로서는 우리 사법제도를 얕보고 장난친 것 아니냐는 소박한 정의감 갖고 수사했다"며 좌절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바다이야기 수사 등 여러 사건에서 잇따라 영장이 기각된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의 반응도 분노에 가까웠다.

특수부서의 한 검사는 "남의 장사에 소금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인분(人糞)을 들이붓는 수준 아니냐"며 `독설'에 가까운 말을 꺼냈다.

다른 중견 검사는 영장기각, 법조브로커 김홍수 관련 사건 무죄, 현대차 사건 관련자 8명의 보석 등의 소식을 접한 뒤 "거의 사법 쿠데타 수준이다. 법원의 판단만 맞는다고 자신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유ㆍ무죄 판단이 아닌 구속 수사 필요성을 따지는데 판사가 판단을 독점하는 건 오만의 위험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최근 갑자기 영장 기각이 늘어난 것은 자기 부정이다"며 "수사 지휘형태로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면 사법을 구성하는 기관의 권한을 분배한 헌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일선 지검의 한 검사는 "법원이 그토록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을 지향한다면 아예 구속제도를 없애버려라"며 법원의 태도를 비꼬았다.

■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 일문일답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3일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체포영장 등을 재청구한 뒤 마련된 긴급 브리핑에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을 납득할 수 없으며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으면 법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 문답.

--검찰총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뭐라고 언급했나

▲특별히 하신 말씀 없다.

--현대차 관련자 8명 보석 등으로 모두 석방됐다. 정상 재판 절차에 따른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보나

▲ (최재경 중수1과장 답변) 11월 17일이 (구속) 만기다. 아직 검찰 신문이 다 안 끝났지만 어느 정도는 돼서 (보석 석방이) 부득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석은 재판 단계이기 때문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구속, 체포, 압수 영장은 수사와 진실 규명 수단이다. 그것을 본안 재판과 같은 시각으로 대하면 수사를 할 수 없다.

유회원씨 신병을 확보해 다른 혐의를 조사할 수도 있다. 법원에서 보기에는 마땅치 않을 수 있지만, 주가조작 혐의가 명백히 드러나면 유씨가 외환은행 인수팀장을 했으니 실체를 더 철저히 조사해보려고 하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 않느냐.

예전처럼 철야조사 하는 것도 아니고 자정에 피의자가 나가면 검사들은 정리하고 퇴근하면 새벽 2~3시다. 귀가하면 잠도 안온다. 피의자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데……

--변양호씨 석방과 론스타 수사는 상관없나.

▲ 재판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보석 의견 어떻게 냈나

▲(최재경 과장) 보석청구가 일찍 들어왔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는 모두 기각했다.

--영장 재청구시에는 추가 혐의를 넣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데

▲ 절차적으로 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유회원씨 본체 수사 관련해 많이 남았나

▲ 많이 남아있다

--변양호씨의 경우는

▲국민적 의혹이 쏠린 사건이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법원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더 이상 외로운 검찰이 안되게. 급기야 이런 상황이 오게 돼 유감스럽다.

--영장 기각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검찰이 묻고 싶은 사안이다. 왜,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기각을 했는지.

--바다이야기 등도 법조비리 사건 이후 심해졌다는건데

▲제가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 단 형사사법정의 구현은 검찰만의 책임이 아니다.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일단의 책임을 법원도 반드시 져야 한다.

영장 기각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에서 심하지 않나 싶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추가 혐의 없이 재청구하면 기각되지 않겠나

▲하도 납득을 못해서, 다른 분이 판단해달라고 재청구한 것이다.

--그럴 경우 다시 보강해서 청구하는 것 있지 않나

▲ 유회원씨 경우, 수사팀은 구속해야 된다고 본다. 글자도 바꾸지 않고 재청구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기 부리는 것도 아니고 아주 이성적인 결정이다. 검찰총장까지 그렇다.

오늘처럼 구속영장이 기각하면 대한민국에 구속될 사람 없다. 체포영장은 발부될 영장이 없다.

--장기적으로 유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장기간 수사하는 방식은

▲미국이라면 바로 구속됐을 것이다. 중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이익이 얼만인데. 피해자도 많다. 자본주의 체제가 주식시장인데 그 시장을 교란한 것이다. 그래서 그 범죄가 중한 범죄로 보고 미국에서는 엄하게 처단한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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