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의 검찰 -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 2명의 체포영장을 기각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채동욱 수사기획관(왼쪽)과 박영수 중수부장(오른쪽)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뇌부, 긴급회동뒤 ‘영장 그대로 재청구’ 파문
검찰 수뇌부가 법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3일 주가조작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론스타 본사 경영진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하며,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이 영장이 기각된 당일에 증거자료 보강없이 그대로 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검찰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과 법원은 조관행 전 부장판사의 구속사건 이후 구속영장 발부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3일 오후 브리핑을 열어 이례적으로 법원의 기각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박 중수부장과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 등 수사팀을 총장실로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2시간 가량 대책을 논의했다. 검찰 수뇌부의 ‘긴급대책회의’ 결과, 검찰 사상 초유의 ‘기각 당일 내용보강 없는 영장 재청구’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박 중수부장은 “그 동안 관행이나 해석을 통해 형성된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에 대한 영장 발부 요건이 최근 지나치게 확대 해석돼 다수 영장이 기각돼 수사에 많은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검찰 최고 특수수사기관인 대검 중수부의 경우 구속영장 기각률이 2003년 0%에서 2004년 9.9%, 지난해 9.1% 등 10% 미만을 유지해 왔으나 올 1∼9월 26.9%로 급증했으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도 작년 11.1%에서 올 1∼9월 21.4%로 크게 늘어났다.
박 중수부장은 사견임을 밝히며 “이번 기회를 빌려 서로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번 기회에 법원의 영장 시스템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가능하면 영장심사 결정 불복 시스템도 적극 검토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채동욱 수사기획관도 “형사사법 정의의 구현은 검찰만의 책임이 아니다. 만에 하나 이번 사건이 제대로 규명이 되지 않는다면 법원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겨레> 고나무 기자
<한겨레>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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