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승용차 자율요일제 참여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깎아준다는 서울시의 대대적 홍보는 조삼모사식 ‘유인책’이었다.

승용차 자율요일제에 참여해 일주일 중 특정요일에 운전하지 않기로 했으나 특별한 사정 등으로 운전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이 '할인보험'의 피보험자 차와 운전자의 신체 피해는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메리츠온라인자동차보험과 제휴해 올 1월27일부터 ‘승용차자율요일제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연간 보험료가 2.7%(자차, 자손)가 할인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가입대상은 서울시에 등록한 10인승 이하 비영업용 승용차로, 서울시는 메리츠화재 가입 전화번호와 홈페이지 주소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이 보험상품은 1년 기준 승용차 자율요일제에 참여하는 50일을 보험 보장일에서 제외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액을 빼주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할인혜택’이 아니라 50일만큼 자차와 자손에 대해 보장을 안해주는 것이다. 사실상 기만인 셈이다. 또 할인되는 액수도 연간 보험료 대비 2.7%가 아닌 선택상품인 자기신체사고와 자기차량손해 부분을 기준으로 할인한 것이어서 실제 할인폭은 1%를 넘지 않는다.

이 보험상품으로 2005년식 아반떼XD를 보유하고 있는 32살 여성운전자(보험가입경력 1년)의 보험료를 뽑아본 결과, 대물 1억원과 부부한정 기준 연간 보험료는 54만5870원이다. 이 가운데 자손은 9570원이며, 자차는 19만5590원으로 실제 할인금액은 자손과 자차를 더한 20만5160원의 2.7%인 5700원이며, 연간 보험료의 1% 수준에 불과하다.

32살 아반떼 운전자 “5700원 할인받고 연간 50일간 보험혜택 받지말라고?”

반면, 이 보험상품의 약관을 확인한 결과 ‘쥐꼬리’ 할인 혜택에 비해 보험 가입자들이 감수해야 할 손실은 상대적으로 컸다.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동차(긴급차량운행증 부착차량 포함)를 승용차요일제 시행지역 내에서 ‘운전’하여 발생한 사고·손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는다. 다만 운전하지 않는 요일이 법정공휴일인 경우에는 보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 보험가입자가 승용차 자율요일제에 참여하기로 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운전하다 사고를 냈을 경우 자기 차와 신체 피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서울시와 메리츠화재는 승용차자율요일제 참여차량에 대해 보험혜택을 준다고 홍보하지만 결국은 ‘사기’”라며 “할인액도 보장이 안되는 50일을 보험료 납입기일에서 뺀 것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할인이 아니라 할인을 가장한 서울시와 메리츠화재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맑은서울교통반 윤성수 팀장은 “일반 보험가입자가 약관을 보고 이 상품을 선택하도록 알려준 것이며, 이는 가입자가 선택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홍보팀 관계자는 “요일제 참여차량에 대한 할인혜택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