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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자태그’가 당신을 감시한다

등록 2006-09-18 18:56수정 2006-09-18 19:05

세금감면 등 혜택커 하루 4천여대 가입
차량 운행기록 남아 개인정보 유출 논란

회사원 이아무개(39)씨는 최근 승용차요일제 전자태그(RFID)를 차량에 부착했다. 기존 종이스티커로 승용차요일제에 가입한 차량보다 자동차세, 보험료 등을 더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에는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50% 감면도 전자태그 부착 차량에만 적용된다. 이처럼 전자태그 활성화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면서 가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씨처럼 혜택을 누리기 위해 승용차 요일제 전자태그에 가입하는 차량만 하루 4천여대다. 서울시 윤성수 팀장은 “현재 46만대가 가입한 상태”라며 “내년 6월까지 100만대 가입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자태그가 혜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등 암울한 이면이 있음을 아는 신청자는 드물다. 서울시가 전자태그로 인해서 운행정보가 수집되고 있음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각 동사무소를 통해 가정통신문 형식으로 전달되는 ‘승용차요일제 참여등록 신청서’에는 감면 혜택 및 미부착시 경고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운행정보가 데이터베이스(DB)에 기록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고문은 없다.

전자태그는 무선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사물을 인식, 추적,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승용차요일제 전자태그는 준수 요일 및 차량 정보 등이 담겨 있어 남산 1호 터널 등에 설치된 인식기와 신호를 주고 받으며 요일제를 지키는지를 자동으로 감시할 수 있게끔 한다. 이 때문에 인식기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에는 이씨의 운행기록이 남게 된다. 현재 6곳에서, 내년 14곳 등 전자태그 리더기는 계속 확장될 예정이어서 승용차요일제 가입자들의 서울 시내 운행기록이 고스란히 기록될 전망이다.

2008년에는 전자여권까지 도입된다. 외교통상부는 오는 2008년부터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에 가입을 위해 생체인식 전자여권을 발급키로 결정했다. 전자여권에는 여권 소지자의 이름과 성별, 여권 유효기간 등 여권의 개인정보란에 기재된 것과 똑같은 내용의 정보가 담길 예정이다. 결국 비자 없이 미국을 출입할 수 있지만, 한국인들의 여행 경로가 미국 정부에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을 안게 된다.

독일 등 전자여권을 도입한 나라들은 전자태그를 공인된 인식기만 읽을 수 있도록 알루미늄 케이스로 특수 제작하고 있다. 자칫 인식기가 복제돼 여권에 담긴 정보를 빼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처럼 전자태그는 사람의 손이 필요없는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인식기를 복제하거나 데이터베이스가 유출될 경우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유출될 위험이 상존한다.

신기술의 확산으로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관련 법안은 잠을 자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RFID 프라이버시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점점 네트워크화되는 환경에서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또 전자태그를 통해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있음을 미리 통지해야 하고, 리더기가 설치돼 있음을 표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통부는 ‘법제화에 대한 사전 예고적 성격’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설명하지만 아직 강제성이 없다. 애초 올해 입법화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전자태그 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정보 보호보다 시장 확대 논리가 우선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의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전자태그는 유용성이 많은 만큼 그 이면에는 소리없는 추적이 가능한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법안의 입법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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