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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어서는보수] ③ 등돌린 ‘청년층’ 아득한 ‘대중성’

등록 2006-09-16 10:23수정 2006-09-16 13:01

일어서는 보수
일어서는 보수
한국 보수의 미래는 있는가?

“우리 사회 보수세력은 자아 실현, 이타성, 가치·의미 등에 대해 관심도 욕구도 없다. 오로지 이데올로기 대립에 참여하는 데서 만족을 느낄 뿐이다.” 박상필 성공회대 교수(엔지오학)는 우리 사회 보수의 문제를 이렇게 지적한다.

이념 좇다 가치 다양성 잃어
20·30대 공감 얻기 역부족
저변 넓혀 선의 경쟁 ‘목청’

현재 보수의 주축을 이루는 50∼60대 세대는 시민사회가 미처 형성되기 전인 근대화 과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이런 세대적 한계 탓에 보수의 당면 목표는 보수운동의 대중성 확보에 쏠린 상태이고, 특히 20~30대 젊은층을 어떻게 끌어들일지가 집중적인 고민거리다. 실제 보수진영이 힘을 쏟은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전시 작전통제권과 관련한 대규모 집회를 살펴보면, 집회 참석자가 대부분 빛바랜 군복을 입은 퇴역군인이나 60대 이상의 노인층이다. 이쯤 되면 ‘보수-진보’의 구분은 ‘세대 구분’과 등치될 만도 하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보수진영도 대학생·청년 등 젊은층 공략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념적 성향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젊은층의 특성을 감안해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된 경제성장 의제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자체 평가다. 각종 집회나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이들도 대부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나 재향군인회 등 손발을 갖춘 ‘제 식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보수적 인터넷 매체인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돈과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수운동이 청년층으로 확대하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젊은이들이 진보적 여론층에서 이탈하는 현상은 분명 감지된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20대는 보수와 진보 어느쪽으로부터도 세례를 받지 않은 백지세대”라며 “지금의 20대는 우파의 실정을 경험하지 않았고 단지 현재의 참여정부에 실망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와 진보 어느쪽도 20대의 정서에 호소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활동영역이 안보, 대북관계 등 이념적 문제에 제한된 것도 사회적 기반을 넓혀가는 데 한계로 지적된다. 단적으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환경운동에서는 보수단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박상필 교수는 “외국에선 전통적으로 보수가 추구하던 인권·환경운동을 우리 사회에서는 진보진영이 독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보수는 탈근대화된 가치에 관심과 열정을 쏟는 유럽의 보수세력과는 뚜렷이 구분된다”고 밝혔다.

반면, 제성호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중앙대 법대 교수)은 “이론적 틀이 부족하므로 사상적 기초를 확고히하기 위해 우리사회에서 좌우의 의제가 갈리는 안보, 한-미 동맹, 국가보안법, 경제개방, 대북관계, 북한인권 등의 이슈를 통해 우파의 정체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엇갈리는 인식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정대화 교수는 “진보세력이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공짜로 끼워팔리게’ 되는 과정에서 보수세력이 발언권을 획득하게 됐고, 상대적으로 역할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대선에서 이런 흐름이 표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있지만 이들의 주장이 정교한 이념에 근거해 있지 않고 시민운동으로서 입지가 약하다는 점에서 대중적 호소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어쨌든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선 보수와 진보가 선의의 정책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양쪽에서 두루 나온다. 제성호 교수는 “삶의 질을 높이고 균형을 맞추려면 어떤 것이 더 옳은 길인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필 교수는 “비록 이데올로기 대결이라도 보수 집단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며 “시민사회의 가치는 이런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조혜정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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