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심스런 반색…서경석씨 “대선개입 비친건 실수”
보수단체들의 ‘봉기’가 이목을 끄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내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 있다. 다만 그것이 ‘침묵하는 다수’를 움직일 수 있을지, 아니면 ‘찻잔’이나 흔들고 말 것인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내년 대선에서 ‘외곽’ 정치운동을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정당에 들어가거나 직접 정치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신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유권자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구체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1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세몰이가 예전보다 더 관심사가 된 것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민주화운동 세력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진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수구·부패·기득권’ 이미지가 강했던 보수세력들이 ‘선진화’라는 이름의 ‘대안’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도 ‘민주화운동 지지 이탈세력’과 ‘전통적 중도세력’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보수단체의 ‘활동’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보수단체 정치활동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지지’와 ‘차별화’라는 직·간접적 수혜를 이중으로 누리고 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저분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의 극우보수 이미지가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저분들’이 저렇게 나서주면, 사회 전체가 약간이라도 오른쪽으로 한 클릭 옮겨진다”며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다수’라는 생각을 갖게 해 사회 전체가 동조하는 현상을 띠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보수단체와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은 꺼리는 분위기다.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그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더 우경화할 것을 요구할 테지만, 우리는 그로 인해 이탈하는 표도 생각해야 한다”며 “보수단체들이 분위기를 만드는 건 좋지만, 여당이든 야당이든 거기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보수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의 서경석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500만 서명운동에 들어가면서 내년 대선 개입 뜻을 비쳤던 것과 관련해 “본인의 실수”라며 공식 사과했다. 서 총장은 15일 해명자료를 내어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는 추호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표현을 잘못 해 엉뚱하게 언론의 반격과 내부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권태호 성연철 전종휘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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