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보수단체 이념적 지향점
하루가 멀다 하고 ‘보수적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줄을 잇고 있다. 박정희 개발독재정권 이래의 퇴역군인이나 고위 관료들부터 운동권 출신의 새로운 보수 인사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이들의 지향이나 콘텐츠는 단순하다. 내세우는 이념적 지향이나 뿌리는 다양화했다지만, “이미지일 뿐 본질은 모두 같다”(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재향군인회 등 ‘기관차’
퇴역군인 등 반공노선 본류…국민행동본부는 더 극단적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문제를 가장 발빠르게 쟁점화한 곳은 재향군인회 등 퇴역군인들의 단체다. 반공과 안보가 제1의 가치이고 군인이 정치를 주무르던 시절 군에 몸담았던 이들이 주축이다. 서정갑 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이 이끄는 국민행동본부는 재향군인회보다 더 극우적이다. 정식 이름이 ‘국민행동 친북좌익 척결본부’다. 서 대표는 “재향군인회는 관변단체라 솔직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국민행동본부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것은 보수매체인 <조선일보> 출신의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다. 서 대표는 “조씨는 우리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전직 외교관과 경찰총수 등 전직 관료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부분 과거 독재정권 시절부터 기득권을 누려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이들의 주장이 영향을 끼치던 시대는 이미 십수년 이전에 끝났다”며 “독재 치하에서 누렸던 어마어마한 부패 이권을 가지려는 몸부림”이라고 평가했다.
■ 보수 기독교계 ‘연합군’ 한기총 등 대중동원력 막강…미국서 전해져 ‘친미 뿌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로 대표되는 보수 기독교계는 보수진영에서 가장 강력한 대중 동원력을 지니고 있다. 재향군인회조차 지난 2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집회 때 장소와 시간 섭외가 어려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도움을 청했을 정도다. 주로 교회 안에서 ‘반북·반공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던 보수 기독교계가 교회의 문턱을 넘어 밖으로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효순·미선양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잇따라 열리자, ‘반미 시위 규탄, 주한미군 철수 반대’를 외치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구국기도회’를 연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올초 교계의 이해와 맞물리는 사립학교법 문제가 불거지면서는 본격적으로 보수단체와 함께 장외 활동을 벌여왔다.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한기총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교분리라는 신학 원칙을 내세워 사회문제에 관여하지 말 것을 주장했던 이들”이라며 “민주화 이후 합법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활동 방식을 바꿨을 뿐, 내용은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여러 종교 가운데서도 유독 기독교계의 보수 목소리가 높은 것을 두고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독교가 미국을 통해 전해진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자본주의 최첨단 국가인 미국에서 기독교는 보수화됐고 우리 교회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뉴라이트 ‘이념공장’ 젼향한 운동권들도 포함…자유주의·시장경제 대변 지난해부터 급격히 부상하는 것이 새로운 보수를 내세운 뉴라이트다. 제성호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중앙대 법대 교수)은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자고 한다”며 “옛 보수는 긴급조치 등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동을 했지만, 우리는 절차적 정당성도 있어야 한다고 보는 점이 옛 보수와 다르다”고 말했다. 신지호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주의연대도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한다고 밝힌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지난 4월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립준비가 한창인 선진화국민회의는 기존 보수단체와 완전히 다른 단체라고 주장한다. 권태근 선진화국민회의 사무부총장은 “우리는 박세일 대표(전 한나라당 의원)의 공동체 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중도 우로도 중도 좌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유주의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사안사안에 관해 뚜렷한 구별점이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새로운 보수세력에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진홍 목사, 선진화국민회의의 이석연 변호사, 서경석 목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새로운 지향점을 찾고 있다지만, 지금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작통권 환수 반대 등 안보 문제라는 점, 자유주의를 수호한다고 하면서 강정구 교수 문제 등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점 등은 옛 보수를 닮았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새로운 보수라고 하는 여러 단체들이 진정 새롭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구체적으로 다른 콘텐츠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보수 기독교계 ‘연합군’ 한기총 등 대중동원력 막강…미국서 전해져 ‘친미 뿌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로 대표되는 보수 기독교계는 보수진영에서 가장 강력한 대중 동원력을 지니고 있다. 재향군인회조차 지난 2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집회 때 장소와 시간 섭외가 어려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도움을 청했을 정도다. 주로 교회 안에서 ‘반북·반공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던 보수 기독교계가 교회의 문턱을 넘어 밖으로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효순·미선양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잇따라 열리자, ‘반미 시위 규탄, 주한미군 철수 반대’를 외치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구국기도회’를 연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올초 교계의 이해와 맞물리는 사립학교법 문제가 불거지면서는 본격적으로 보수단체와 함께 장외 활동을 벌여왔다.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한기총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교분리라는 신학 원칙을 내세워 사회문제에 관여하지 말 것을 주장했던 이들”이라며 “민주화 이후 합법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활동 방식을 바꿨을 뿐, 내용은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여러 종교 가운데서도 유독 기독교계의 보수 목소리가 높은 것을 두고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독교가 미국을 통해 전해진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자본주의 최첨단 국가인 미국에서 기독교는 보수화됐고 우리 교회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뉴라이트 ‘이념공장’ 젼향한 운동권들도 포함…자유주의·시장경제 대변 지난해부터 급격히 부상하는 것이 새로운 보수를 내세운 뉴라이트다. 제성호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중앙대 법대 교수)은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자고 한다”며 “옛 보수는 긴급조치 등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동을 했지만, 우리는 절차적 정당성도 있어야 한다고 보는 점이 옛 보수와 다르다”고 말했다. 신지호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주의연대도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한다고 밝힌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지난 4월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립준비가 한창인 선진화국민회의는 기존 보수단체와 완전히 다른 단체라고 주장한다. 권태근 선진화국민회의 사무부총장은 “우리는 박세일 대표(전 한나라당 의원)의 공동체 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중도 우로도 중도 좌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유주의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사안사안에 관해 뚜렷한 구별점이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새로운 보수세력에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진홍 목사, 선진화국민회의의 이석연 변호사, 서경석 목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새로운 지향점을 찾고 있다지만, 지금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작통권 환수 반대 등 안보 문제라는 점, 자유주의를 수호한다고 하면서 강정구 교수 문제 등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점 등은 옛 보수를 닮았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새로운 보수라고 하는 여러 단체들이 진정 새롭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구체적으로 다른 콘텐츠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