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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어서는보수] ② 보수야, 콘텐츠 좀 바꾸면 안되겠니?

등록 2006-09-15 07:43수정 2006-09-15 11:17

‘수구’ 드센 목청에 ‘보수’ 다원성 실종
“안보불안·경제위협” 판박이
박정희 받들며 평준화 반대
자유주의 외치며 보안법 찬성

한국의 보수는 무엇을 말하는가?

근래에 보수진영이 집중력을 발휘한 사회적 논점들을 돌이켜볼 때 늘 결론은 하나의 공식에 꿰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하면 안보에 위협이 되고 경제도 무너진다.”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어떤 사안도 마치 깔때기나 자동판매기를 거친 것처럼 ‘안보 시비’로 수렴되곤 했다. 전직 관료는 물론 학계와 종교계, 퇴직군인 단체에서 뉴라이트 운동가에 이르기까지 보수 인사들의 스펙트럼은 확대됐지만, 되레 의제 설정의 다원화는 실종되고 ‘수구’적 성격만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안보 논리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쟁점에만 보수의 목소리가 활발해지는 현상은 진보진영이 그동안 반부패·인권·환경·노동·여성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독자적 목소리를 내 온 것과도 대비된다. 심지어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민족주의적인 의제에서도 강력한 대응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보수 인터넷매체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보수운동이 할 일은 체제를 지키는 일”이라며 “운동의 영역을 넓히다 보면 우리의 정체성만 흐려진다”고 말했다.

보수의 콘텐츠란?
보수의 콘텐츠란?
그러나 보수진영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은 분야가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받드는 보수진영이 정작 그가 기반을 닦은 교육 평준화나 그린벨트 정책 등을 반대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보수세력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이는 위기를 겪고 있는 민주·진보세력의 대립물로서만 가능한 것”이라며 “보수세력이 박정희를 말하면서 교육 평준화에 반대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박정희도 선택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서도 미국이 한국 정부와 같은 정책을 펴자 “반미운동이라도 하겠다”(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말이 나오는 등 ‘보수=친미’라는 등식이 깨지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보수세력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보수세력에게 미국은 공고한 동맹관계를 통해 안보를 지켜주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존재”라고 말했다.


옛 보수와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등장한 뉴라이트나 새롭게 보수진영에 합류하고 있는 옛 운동권 인사들도 내용적 측면에선 옛 보수와 별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도를 표방하는 선진화국민회의 등은 옛 보수가 주축이 된 안보몰이 국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한 축으로 적극 가담하고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자유주의를 표방한다는 신보수가 개인의 사적 영역에 국가가 과도한 개입을 하게 하는 국가보안법에 찬성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는 “보수 안에 잠재적 다원성은 있는데, 오히려 보수 안의 극우적 분파가 국면을 주도하면서 일사불란한 옛 보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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