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1차수사 어땠기에…’ 천 법무 공개비판
대검 수뇌부 ‘시효’ 빌미 “에버랜드 수사 왜 서두르나”
대검 수뇌부 ‘시효’ 빌미 “에버랜드 수사 왜 서두르나”
법무부 감찰관실이 지난해 7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삼성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 수사과정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 수사기록을 전면 재검토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천 장관이 최근 이 수사를 두고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 사건이 2000년 처음 접수된 뒤 3년여 동안 거의 수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공소시효 하루를 남기고 피고발인 33명 가운데 2명만 기소한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천 장관 취임뒤 기록 재검토…“수사 대단히 부적절”
3년 겉돈 수사에 당시 수뇌부 “공소시효 충분하다”
수사팀 “업무상 배임…시효 임박” 분리기소로 출구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2명만 분리기소한 것은 수사가 제대로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고 맞섰다. 형법상 배임 대 특경가법상 배임=2003년 12월 서울지검 특수2부는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박노빈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특경가법으로 기소하면서도 법원이 비상장 유가증권을 두고 “적정한 값을 산정할 평가 방법이 없다”며 공소시효 7년인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같은해 6월 서울지법이 에스케이(SK) 최태원 회장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비상장 주식은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며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비상장사인 워커힐호텔 주식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산정한 뒤 에스케이씨앤씨가 보유하고 있던 에스케이 주식과 맞교환해 큰 이득을 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검 수뇌부는 애초부터 에버랜드 사건에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고 한다.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이재용씨 등에게 배정해 회사에 97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면, 배임액이 50억원이 넘어 공소시효가 10년이고, 아직 3년이 남아 있다는 논리였다. 대검 수뇌부 관계자는 이런 논리를 내세워 “공소시효가 남았는데 왜 그렇게 서두르냐”며 사실상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엘지카드 사태 등으로 경제가 좋지 않았던 상황도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지검 수사팀은 애가 탔다. 업무상 배임죄의 시효는 2003년 12월2일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피고발인들 조사는 전혀 안 된 상태였다. 고심을 거듭하던 수사팀은 전환사채 헐값 발행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한 허씨와 박씨를 분리 기소해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검은 분리기소안을 며칠 검토한 뒤 공소시효가 끝나기 하루 전인 2003년 12월1일 서울지검에 기소지휘를 내렸다. 당시 수사팀 사정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만약 대검 수뇌부가 분리기소안 마저 거부했다면, 수사팀은 공개적으로 반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03년 4월 취임한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총장으로 있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를 지휘했다”며 “수사를 늦추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리 기소가 부적절했다는) 천 장관의 발언은 수사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당시 공소시효는 다가오는데 수사가 다 안 돼 있어 우선 2명을 기소하자는 의견을 서울지검에서 냈고, 대검 연구관들을 시켜 검토하게 한 뒤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기소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3년간 수사 거의 안해=이 사건이 고발된 후 검찰이 3년 동안 거의 수사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곽노현 교수 등 법학 교수 43명은 2000년 6월 이건희 회장 등 에버랜드 이사진과 계열사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2003년 4월에야 사실상 수사를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삼성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가진 수사팀이 ‘폭탄 돌리기’를 하다 공소시효를 앞두고 수사에 나선 꼴”이라고 말했다.
고발 당시 서울지검 3차장을 지냈던 이기배 변호사는 “당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이나 정현준 게이트 등 워낙 현안이 많았고, 에버랜드 사건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현안에 대처하다 보니 수사가 늦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 특수2부장을 지냈던 이덕선 변호사는 “초기에 고발인 조사를 하며 수사를 진행했고, 그런 토대에서 이후 수사도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당시 에버랜드 사건과 비슷한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을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분한 뒤라 검찰 안팎에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고 해명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3년 겉돈 수사에 당시 수뇌부 “공소시효 충분하다”
수사팀 “업무상 배임…시효 임박” 분리기소로 출구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2명만 분리기소한 것은 수사가 제대로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고 맞섰다. 형법상 배임 대 특경가법상 배임=2003년 12월 서울지검 특수2부는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박노빈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특경가법으로 기소하면서도 법원이 비상장 유가증권을 두고 “적정한 값을 산정할 평가 방법이 없다”며 공소시효 7년인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같은해 6월 서울지법이 에스케이(SK) 최태원 회장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비상장 주식은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며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비상장사인 워커힐호텔 주식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산정한 뒤 에스케이씨앤씨가 보유하고 있던 에스케이 주식과 맞교환해 큰 이득을 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검 수뇌부는 애초부터 에버랜드 사건에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고 한다.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이재용씨 등에게 배정해 회사에 97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면, 배임액이 50억원이 넘어 공소시효가 10년이고, 아직 3년이 남아 있다는 논리였다. 대검 수뇌부 관계자는 이런 논리를 내세워 “공소시효가 남았는데 왜 그렇게 서두르냐”며 사실상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엘지카드 사태 등으로 경제가 좋지 않았던 상황도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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