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에버랜드의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한 감리 문제를 또다시 외부기관에 이첩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10일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보유중인 삼성생명 지분(19.34%)에 대한 회계처리를 지분법이 아닌 원가법으로 변경했다”며 감리를 요청한데 대해, 금감원은 이달 초 이 문제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이첩했다. 금감원은 지난해에도 참여연대의 질의를 한국회계기준원으로 이첩한 바 있다. 금감원은 “통상적으로 비상장사의 회계 문제는 공인회계사회가 맡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에버랜드는 비상장사이지만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금감원이 직접 감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만큼, 이번 조처는 책임 회피성이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애초 금감원 일부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직접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규정 상 금감원이 직접 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공인회계사회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 금감원이 이를 맡지 않기로 한 것은 삼성 관련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 관련은 어떤 해석을 내놔도 뒷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사안이 개정된 회계기준이 애매모호하게 돼 있어 빚어진 일로 판단하고 있다. 개정된 회계기준에는 지분율 20% 미만이라도 ‘투자회사(에버랜드)가 피투자회사(삼성생명)의 임원 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지분법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맥상으로만 해석하면 에버랜드도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며 “그러나 외국의 경우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쪽은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 적용 여부와 관련된 중대 사안인 만큼 금감원이 직접 판단을 했어야 한다”며 “공인회계사회가 판단을 하더라도 결국은 금감원이 최종책임을 지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