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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승계’ 의혹 이재용 회장 징역 5년 구형…검찰 “반칙의 초격차”

등록 2023-11-17 12:01수정 2023-11-17 19:0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사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는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11명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이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해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9월 기소된 뒤 3년2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각종 위법행위를 동원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 규정했다. 검찰은 또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했다. 검찰은 최 전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 혐의의 핵심은 이 회장의 그룹 승계 계획안인 ‘프로젝트 지 (G ) ’에 따라 최소 비용으로 이 회장의 그룹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9월 제일모직 -삼성물산을 부당합병했다는 것이다 . 이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이 회장이 지분을 많이 가진 ‘제일모직’을 이 회장에게 유리한 비율로 합병하기 위해 삼성물산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허위 정보를 흘리거나 중요 정보를 감춘 혐의를 받는다 . 이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가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를 작성 ·공시한 혐의도 있다 .

이 합병이 이 회장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대법원도 인정한 바다. 지난해 대법원은 일성신약 등 합병에 반대했던 삼성물산 주주들이 청구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 합병 당시 주식매수가격이 너무 낮다며 주주들 손을 들어줬다. 이때 대법원은 판결문에 “이 합병은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적시했다.

이 회장 쪽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모직-물산 합병은 양사 필요에 따라 이뤄졌고 △거짓 정보를 알리거나 악재를 감추지 않았고 △로직스의 재무제표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도록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 쪽 변호인은 “이 합병은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모두 준수해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여러 측면에서 주주들에 이익이 되는 합병이었고 합병으로 더 좋은 회사가 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 쪽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중 한국 정부가 제출했던 답변서를 거론하기도 했다. 2018년 정부는 박근혜 청와대가 모직-물산 합병에 부당 개입해 손해를 봤다는 엘리엇 주장에 반박하던 중 ‘합병에 정당한 경영상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국정농단 특검의 기소 내용에 반하는 경솔한 답변서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실제로 이 회장 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용된 것이다.

이날 공판에 참석한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매사에 임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도 “저는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판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킨 이 회장은 “만약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할 몫이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은 그룹 승계를 위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등에 87억원 뇌물을 준 혐의로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두 달 만에 삼성전자 회장직에 올랐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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