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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급식 몰아주기’, 이재용 승계에 활용?… ‘프로젝트G’ 실체는

등록 2021-06-24 17:14수정 2021-06-25 02:4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공동취재단

삼성의 ‘급식 몰아주기’ 사건 곳곳에는 미래전략실이 개입한 흔적이 짙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부당지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까닭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금으로서는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밝혀질 ‘프로젝트 G’의 실체가 이 사건의 뇌관으로 남게 됐다.

24일 공정위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 사무처는 이번 사건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간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미전실의 ‘프로젝트 G’ 문건을 제시했다. 프로젝트 G는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문건으로 2012년 작성됐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도울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본다.

프로젝트 G에서 문제가 된 문구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위해서 에버랜드 기존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여기서 ‘기존 사업’이 급식 사업, 즉 지금의 삼성웰스토리를 가리킨다고 봤다. 당시 에버랜드가 하는 사업 중에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건 급식 사업뿐이었다는 것이다. 합병 직후인 2015년 3분기 삼성물산 분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웰스토리 영업이익은 846억원으로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 중 74.76%를 차지한다.

실제로 미전실은 수차례 삼성웰스토리 사건에 개입했다. 2012년 급식 사태 이후 삼성웰스토리 수익성이 악화되자 미전실 전략2팀장은 운영회의를 열고 “(삼성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계약기준을 변경”하고 “법적 이슈를 따져보라”는 말도 나왔다. 최지성 당시 미전실장의 지시로 그해 말 전자급식 개선 TF가 구성됐으며, 여기서 확정된 계약구조 변경안에 대해서도 그는 “지사 재량에 의거해 절대 가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렇게 변경된 계약구조는 이례적으로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게 공정위 쪽 설명이다. 단가제임에도 각 계열사는 삼성웰스토리의 식재료비 마진을 보장하고 위탁수수료도 지급하기로 했다. 단가제는 보통 식단가를 정해놓고 이 범위 내에서 급식 업체가 스스로 식재료비 등의 효율화를 통해 이윤을 내는 방식이다. 일정부분 리스크가 있지만 효율화의 정도에 따라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마진을 일부라도 보장해주면 급식 업체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사라지는 셈이다. 게다가 인건비의 15%에 이르는 위탁수수료도 삼성웰스토리에 지급했다.

그럼에도 미전실은 삼성전자 등이 식자재 가격의 적정성에 대해 조사하지 못하게 했다. 2014년 삼성전자가 급식을 일부 개방하려 하자 미전실 쪽에서 이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내부 이메일에는 “식당 대외 개방(입찰) 시행은 보류되었습니다. 전략1팀 최 전무 전달사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위원회는 미전실이 개입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나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목적으로 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프로젝트 G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 사무처가 직접 프로젝트 G를 조사하지 않고 단지 검찰의 공소장을 인용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 절차적 문제로 꼽혔다. 게다가 불법승계 의혹에 대한 1심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향후 법원에서 프로젝트 G의 실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전실장을 고발한 데에는 급식 거래 규모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웰스토리는 매년 약 8000만개에 이르는 식수를 계열사에 공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2013년 이후 약 2조8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 이런 규모를 고려할 때 의도와 상관없이 행위 자체가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다만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이 끝내 입증되지 못하면 형사처벌이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보통 부당지원의 의도가 위법성의 정도나 형사처벌 여부를 판가름한다”며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경영권 승계라는 부당지원 의도를 입증할 수 있는지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삼성웰스토리는 어떤 회사?

삼성웰스토리는 옛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에버랜드는 2013년 12월 전문 급식 및 식자재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에프시(FC) 사업부를 따로 떼내(물적분할) 웰스토리를 설립했다. 설립 직후엔 에버랜드의 자회사였고, 에버랜드가 회사 이름을 바꾼 2014년부터는 제일모직, 2015년 9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뒤부터 지금까지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이다. 물적 분할과 그 뒤 일어난 변화는 사익편취(총수 일가로 회사이익 빼돌리기), 나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인 까닭이다.

설립 때부터 자본시장과 경쟁 당국 쪽에선 이듬해 시행을 앞둔 ‘사익편취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았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 일가 지분이 있는 회사만 규제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직접 지분이 없는 웰스토리 같은 회사는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또 ‘총수 일가 지분 3% 이상·내부 거래 비중 30%이상’인 경우 증여세(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물게 된 상황에서 물적 분할을 통한 분사는 사익 편취 규제를 피할 뿐만 아니라 세금 부담도 덜면서 월스토리에서 거둔 이익이 에버랜드(삼성물산)를 통해 총수 일가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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